[교육]서울대 기초학문-중등교육 위기 토론 발표회

  • 입력 2001년 10월 24일 18시 51분


최근 대학 안팎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기초학문 위기’와 ‘한국 중등교육의 위기’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발표회와 토론회가 24일 서울대에서 열렸다.

서울대 기초학문협의회(회장 유평근·兪平根 교수)가 이날 오후 교수회관에서 개최한 ‘서울대 기초학문,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주제의 발표회에서는 “한국 현실을 외면한 실용주의적 대학개혁이 기초학문의 빈궁화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또 서울대 사범대(학장 조창섭·曺昌燮) 주최로 문화관에서 열린 ‘중등교육 대토론회’에서는 현행 입시제도의 문제점과 이에 따른 고교교육의 파행 등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기초학문 위기 발표회〓인문대 윤이흠(尹以欽·종교학과) 교수는 “대학측의 실용주의적 개혁 추진으로 인해 서울대 교수사회는 자신의 몫을 차지하기 위한 대학간, 학과간 살벌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서울대가 마치 잽싼 복부인들이 몰려든 시끄러운 개발지역과 같은 형국”이라고 비난했다.

인문대 유평근 교수(불문과)도 “대학교육과 취업시장을 직결시키려는 대학정책은 전문지식 수명을 단축시키는 등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면서 “미국과 유럽의 대학들도 이미 70년대 말부터 기초학문과 교양교육 강화에 주력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대 김세균(金世均·정치학과) 교수는 “서울대조차 응용학문 중심으로 변모한다면 기초학문은 설자리를 완전히 잃게 된다”며 “인문대 사회대 자연대 등 3개 단과대를 통합한 학부과정을 신설해 학문 연구와 교육시행의 구심점으로 삼고 법대 경영대 의대 등 응용학문 분야는 전문대학원 체제를 도입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등교육 위기 토론회〓백순근(白淳根·교육학과) 교수는 “현행 학생부 성적이 해당 학생의 학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대학들이 학생 선발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대학 입시에서 학교간 학력차를 인정하는 내신등급제의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백 교수는 또 “수험생의 학력을 정확히 평가해 변별력을 확보하고 수험생이 자신의 특기와 적성에 맞춰 입학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하루빨리 정착돼야 한다”며 △수능 유형 및 수준의 다양화 △수시모집 활성화 △모집단위 광역화 폐지 등을 교육당국에 촉구했다.

조창섭 학장은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일관성 없이 추진해온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표류가 공교육 붕괴의 주범”이라며 “근본적 해결책으로 자질 있는 교사 양성을 위해 사범대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창원기자>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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