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소년 아버지의 한맺힌 죽음

  • 입력 2001년 10월 22일 16시 23분


‘종식이의 얼굴을 한번만이라도 보고 싶었는데….’

22일 오전 대구 중구 삼덕동 경북대병원 중환자실. 10여년 전 동네 친구 4명과 함께 실종된 개구리소년 김종식군(당시 9세·성서초등학교 3년)의 아버지 김철규(金鐵圭·49·대구 달서구 이곡동)씨가 평생 아들을 찾아 헤매다 끝내 찾지 못한 채 눈을 감고 말았다.

아들이 실종된 뒤 주업인 농삿일도 팽개친 채 발바닥이 닳도록 전국을 돌아다닌 김씨는 아들을 찾지 못하자 우울증과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실의의 나날을 보냈다. 그는 아들이 실종된 지 만10년째 되던 3월 간경화와 간암 합병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7월째 투병생활을 해왔다.

가족들은 “고인이 생전에 입버릇처럼 죽기 전에 꼭 아들을 찾아 낼 것 이라고 장담했는데 끝내 약속을 지키지 못해 한을 품은 채 세상을 떠고 말았다” 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부음이 전해지자 종식군과 함께 실종된 나머지 개구리소년 4명의 부모 등 많은 사람들이 빈소를 찾아와 조의를 표했다.

종식군 등 4명은 91년 3월 26일 마을 부근 와룡산에 “개구리를 잡으러 간다” 며 집을 나간 뒤 실종됐다.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은 단일 사건으로는 국내 최대인 30여만명의 경찰과 군 병력이 수색에 동원됐고 사회단체 등이 전단 2억여장을 뿌리는 등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대구=정용균기자>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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