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이씨 인수 상장기업 4곳 주가조작-로비 '얼룩'

  • 입력 2001년 9월 20일 18시 41분


구속된 이용호(李容湖)씨가 98년 이후 인수한 회사 가운데는 거래소 상장기업이 4개나 포함돼 있다. 이씨 주변에선 “장부를 조작해 주가를 올리면서, 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에 투자자를 쉽게 모으기 위해 상장기업이 필요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이씨 계열사가 회계법인으로부터 “도저히 정상적인 감사가 불가능했다”는 한정 또는 의견거절 판정을 받았다고 20일 확인했다. 이씨는 8월말 현재 인터피온(옛 대우금속)을 제외하면 상장기업과는 지분관계를 정리했다고 주장했다.

▽KEP전자〓이씨의 막무가내식 전횡의 최대 피해기업. 컴퓨터부품, 스피커 등을 만드는 회사로 외환위기 이후 적자에 허덕이다가 이씨가 98년말 지분을 사들였다. 인도네시아 현지공장의 스피커 영업은 정상화됐지만 국내 컴퓨터부품 영업은 가짜 세금계산서를 이용한 장부조작에 의존한 것이 드러나고 있다.

장인인 최모씨를 대표이사로 앉혀놓고 이씨가 100% 경영권을 행사했다. 인수직후 지금까지 드러난 △마포세무서 로비의혹 △국내외 전환사채 254억원어치 발행 후 208억원 횡령사건이 모두 KEP전자에서 빚어졌다. 이씨 측근은 “이씨는 99년 5월 KEP전자 CB 발행때 큰돈을 벌면서 자신을 ‘거물’로 여기기 시작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99년 주가가 3개월 사이 8배나 뛰어올라 “이씨가 자기 회사를 상대로 주가조작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들리고 있다.

▽삼애인더스〓서울 구로공단에서 가죽제품 및 가죽원단을 만드는 회사였다. 그러나 이씨는 회사 정관을 고쳐 ‘보물선 발굴업’을 올초 추가하면서 ‘보물선 회사’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양산업을 인수해 돈벌이가 되는 신사업을 시작하는 이른바 인수개발(A&D) 종목으로 주목받았다. 올 1월초 2000원대였던 주가가 보물선 소식으로 2개월만에 1만7000원대까지 8배 이상 올랐다가 2주만에 8000원대로 떨어졌다. 본보가 20일 보도한 “해외 CB를 900만달러(약 120억원)규모로 발행할 때 정관계 및 법조계를 상대로 한 로비가 있었다”는 내용도 주가조작 때를 전후로 한 것이다. 20일 현재 주가는 1840원선.

▽레이디가구〓주방기구 및 가구를 만드는 기업으로 일반소비자에겐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말 부도를 낸 뒤 은행거래마저 중단된 채 관리종목에 편입돼 있다. 이씨가 소유한 지주회사인 지앤지(G&G)나 삼애인더스가 최근 1년 동안 소유권을 주고받으면서 그때그때 대주주가 바뀌는 등 복잡한 주식거래가 발생했다. 외부감사를 맡은 삼덕 회계법인은 아예 ‘의견거절’을 표명할 정도로 회계장부의 신뢰도가 떨어진 상태.이씨 주변에선 “레이디가구는 광주 프라도호텔(전 리버티호텔)을 지나치게 비싸게 사들이는 바람에 최악의 자금난을 겪게 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인터피온〓난방용 공업용 관 이음새 밸브를 만드는 회사. 이씨가 지난해 4월 회사를 사들인 대우금속의 이름을 바꿨다. 대우그룹과는 무관하다. 금감원은 99년 7월 이씨가 최모, 김모씨와 함께 주가조작을 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통보했고, 이씨는 2000만원의 벌금을 물었다. 이씨는 인수 직후 금감원 부원장보인 김모씨의 동생을 전무로 영입했다. 현재 주가는 액면(500원)에 못 미치는 225원. 이 회사 역시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 거절’ 판정을 받았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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