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륜 고검장 감찰본부장 고사 "이번 사건 끝이 안보인다"

  • 입력 2001년 9월 20일 18시 32분


20일 오전 11시경 김각영(金珏泳) 대검차장이 서울 서초동의 서울고검 청사에 마련된 심재륜(沈在淪·사진) 무보직 고검장의 사무실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나왔다.

김 대검차장은 이날 심 고검장에게 “위기에 처한 조직을 살리기 위해 심 고검장의 힘이 필요하다”며 “이용호 회장의 검찰 내 비호세력을 조사할 특별감찰본부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사태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던 18일부터 검찰을 살리기 위한 ‘특급 소방관’으로 심 고검장을 고려해왔다. 심 고검장이 이용호씨의 검찰 내 비호세력 수사를 맡아줄 경우 기존 검찰 조직보다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야당의 특검제 주장을 막고 조직을 살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은 18일 대검 참모들에게서 이 같은 건의를 받은 뒤 고심하다 19일 자신의 동생이 이 회장에게서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밝힌 뒤 이를 승낙했다.

그러나 심 고검장은 20일 담판을 지으려고 찾아간 김 대검차장의 제의를 거절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대타로 한부환(韓富煥) 대전고검장을 택했다.

심 고검장 역시 18일부터 수락 여부를 고심해왔다.

심 고검장의 한 측근 인사는 “고검장이 이번 사건을 놓고 ‘끝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현 사태의 심각성과 전개 방향에 대한 깊은 통찰 끝에 ‘나서서 될 일이 아니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