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과 성매매 약속한돈 안줘도 처벌 할수 없어"

  • 입력 2001년 9월 4일 18시 41분


대가를 약속하고 청소년과 성관계를 맺은 뒤 약속한 돈을 주지 않았더라도 돈을 미끼로 상대를 속이고 간음했다고는 볼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6부(양동관·梁東冠부장판사)는 4일 강모양(16)과 성관계를 맺은 뒤 약속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모씨(23)에 대해 “위계(僞計)에 의해 청소년과 성관계를 맺었다고 볼 수 없다”며 이 부분 혐의에 대해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씨가 성관계 대가로 50만원을 주겠다고 거짓말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강양이 성행위에 대한 사리판단력이 있는 상태에서 성관계 제의를 승낙한 만큼 이는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규정된 ‘위계에 의한 청소년 간음’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현행법상 ‘위계에 의한 간음’은 사리판단력이 부족해 성관계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대방에게 치료를 하기 위한 것이라거나 종교의식을 치른다는 등의 유혹과 거짓말로 성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씨가 성행위 자체에 대해 상대방을 속인 것은 아니므로 이 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정씨가 강양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는 유죄로 인정,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정씨는 1월 컴퓨터 채팅을 통해 만난 강양에게 “성관계 대가로 50만원을 주겠다”고 제의했으나 성관계를 맺은 뒤 돈을 주지 않았고 다음날 강양의 집으로 찾아가 흉기로 위협하며 현금 16만원과 돼지저금통 등을 빼앗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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