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게이트' 터지나…G&G회장 구조조정자금 450억 횡령

  • 입력 2001년 9월 4일 18시 37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주식시장에서 ‘인수후 개발(A&D)주’ 붐을 일으키며 1000억원대 재산가로 떠오른 구조조정 전문회사 ‘지앤지(G&G)’의 이용호(李容湖·43·사진) 회장이 회사 공금 450여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4일 구속됐다.

대검 중수부(유창종·柳昌宗 검사장)는 이 회장에게 일단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과 증권거래법 위반(내부자 거래) 혐의를 적용해 수감한 뒤 본격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

구속영장에 따르면 이 회장은 99년 10월 ㈜KEP전자(옛 한국전자부품)를 인수한 뒤 구조조정 명목으로 전환사채(CB)를 발행, 이를 제3자에게 팔거나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는 수법으로 41억여원을 횡령했다. 이 회장은 이를 비롯해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KEP전자와 ㈜인터피온(옛 대우금속)의 유상증자 대금과 CB 발행 대금 등 451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관련기사▼
- 이용호씨는 누구
- 증시 독버섯 주가조작(상)

이 회장은 또 지난해 10월 ㈜삼애인더스(옛 삼애실업)를 통해 일제시대 때 금괴를 싣고 가다 전남 진도군 죽도 부근 바다에 매장된 ‘보물선’의 인양사업을 추진하면서 자신과 거래관계에 있는 D신용금고 회장 김모씨에게 정보를 미리 알려주고 주식을 매매케 해 154억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챙기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삼애인더스의 주가는 이씨가 금괴발굴 사업 추진에 나서기 전인 지난해 12월20일 3470원에서 사업착수 발표 직후인 올해 2월20일 1만7500원까지 급등했다가 4일 현재 4740원을 기록 중이다.

이 회장은 98년 이후 KEP전자와 인터피온을 비롯, ㈜삼애인더스, ㈜레이디(옛 레이디가구), ㈜조흥캐피탈, ㈜스마텔 등을 잇따라 인수했으며 지난해부터 ㈜조선화학비료의 지분 7%와 ㈜쌍용화재보험의 지분 20%를 확보, 경영권 참여를 추진해왔다.

검찰은 이 회장이 98년까지 고향인 광주에서 건설업체를 운영해오다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인 G&G를 설립, 부실기업의 지분을 인수하고 구조조정 명목으로 유상증자와 CB 등을 발행해 회사 재무구조를 양호하게 만든 뒤 증자대금과 사채발행 대금을 빼돌려왔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또 빼돌린 자금으로 주식을 매입한 뒤 그 주식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담보가 설정된 주식은 원래 유상증자한 회사에 메워 넣는 식으로 감사를 피해왔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정치권과의 친분을 내세워 ‘기업사냥’을 해왔는지, 사업에 조직폭력배의 자금이 유입됐는지에 대해서도 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본사 취재진이 전화로 검찰수사에 대한 반론을 물은 데 대해 G&G측은 “책임있는 말을 할만한 사람이 없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