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각하영장' 결국 발부

  • 입력 2001년 4월 24일 00시 34분


새로운 증거가 추가되거나 사정 변경 없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것은 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심리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20일 법원이 ‘각하’한 영장이 결국 다른 판사에 의해 발부됐다.

<본보 21일자 A25, 27면 보도>

서울지법 남부지원 형사1부 홍기종(洪基宗) 부장판사는 23일 밤 간통 및 무고 혐의로 검찰이 세번째 청구한 이모씨(50·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홍 부장판사는 “검찰의 수사기록에 범죄사실을 입증할 만한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도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20일 재청구 당시와 다른 증거를 추가하지 않은 채 그대로 영장을 다시 청구했으나 같은 법원의 다른 판사가 앞서의 각하 결정을 뒤집고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임으로써 법원 내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게 됐다.

홍 부장판사는 ‘재청구 구속영장을 발부하며’라는 A4용지 1쪽짜리 문건을 통해 당초 재청구 영장을 각하한 박시환(朴時煥) 부장판사와는 다른 법률적 견해를 피력했다.

홍 부장판사는 “판사의 구속영장 기각결정에 대해 검찰은 영장 재청구를 통해 재심사를 받을 수 있고 재청구 요건으로서 먼저 청구된 구속사유 외에 반드시 새로운 소명자료가 추가되거나 구속사유와 관련된 사정변경이 생겨야 한다고는 판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홍 부장판사는 “다만 수사기관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취지에서 가급적 재청구를 억제해야 할 것이고 부득이 재청구가 필요한 경우 구속사유를 엄격히 심사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영장 발부 결정으로 법원 내부에서도 영장 재청구 요건에 대한 견해가 엇갈림에 따라 앞으로 이를 둘러싼 법률적 논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서울지검 남부지청은 23일 오후 “구속영장 각하를 법률이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A4용지 10쪽 분량의 의견서를 추가해 이씨에 대한 세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신석호·김창원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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