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보 올 적자규모 오락가락]정부"4조" 野"6조" 학계"9조"

  • 입력 2001년 3월 23일 18시 36분


의료보험 적자 규모는 도대체 얼마인가.

정부는 올해 의료보험 당기적자를 3조9714억원으로 추계했지만 한나라당과 일부 학계인사들은 최소 6조원, 많게는 9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적자 규모에 따라 의보 대책은 크게 방향이 달라질 수 있으며 정부가 눈가림식으로 적자액을 일부러 줄였다면 정권의 도덕성 시비로까지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원길(金元吉) 신임 보건복지부장관도 이 문제의 예민함과 심각성을 감안한 듯 “적자규모가 가장 중요한데 4조원에서 6조원, 9조원까지 거론되고 있다”면서 “적자 추계를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22일 “정부가 발표한 의보 적자 규모는 불확실하며 실제 6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1, 2월에 평균 적자액 4877억원을 토대로 연간 적자액을 5조8524억원으로 보고 올해 예정된 국고 보조금(1조9009억원)을 빼면 적자 규모는 약 4조원이지만 진료건수 자연증가분, 보험적용 범위 확대, 노인인구 증가 등의 요인을 반영하면 실제 6조원이 넘는다고 계산했다.

일부 학계 인사들은 올 1월 수가 인상분이 3월부터 반영되고 진료건수 등 수가 이외의 요인이 작용하면 적자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며 ‘9조원 설(說)’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주장도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계산은 다르다. 정부는 3∼12월 지출액을 11조4000억원(월 1조1400억원 추정)으로 예상하고 1, 2월 지출액을 합쳐 13조5000억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보험 급여비 지불 추세가 유동적이므로 5000억원의 여유분을 반영해 총지출을 14조로 잡고 의료보험료와 국고보조금 등 수입을 약 10조로 계산하면 당기 적자는 4조원이 된다는 것.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째 월 급여비 지출액이 1조원을 넘어섰는데 지난해 7월과 9월, 올해 1월 인상된 의보수가가 모두 반영됐으므로 3월 이후 지출액이 급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3월 급여비 지출액은 19일 현재 5600억원이어서 1, 2월보다 조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99년 통계를 보면 급여비 지출액 규모는 월별로 조금씩 오르내릴 뿐 급격한 곡선을 그리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이후 계속된 의료계 휴폐업으로 밀린 급여비 청구가 한꺼번에 몰리고 수가 인상분이 반영되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지출액이 크게 늘었다”면서 “수가를 추가로 인상하지 않는 한 추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료건수나 노인인구 등은 이미 적자 추계에 다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올해 의료보험 재정적자 추산액 및 근거
구분정부한나라당일부 학계 인사
액수4조원6조원6조∼9조원
근거―1, 2월 지출 2조1000억원
―3∼10월 지출 11조4000억원(월 1조1400억원예상)
―총지출 13조5000억원, 의보료+국고 보조금 10조원, 적자 3조원에 여유자금 5000억원 반영
―1, 2월 평균 적자 4877억원, 연간 5조8524억원
―국고보조 1조9009억원
―실제 적자는 약 4조원
―진료건수와 노령인구 증가 등으로 추가 비용 발생
―한나라당 주장과 비슷한 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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