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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15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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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교수회는 최근 박총장이 이최고위원의 후원회장직을 수락한 것과 관련, 15일 의장 및 단과대 교수회 의장 명의로 ‘총장의 정치인 후원회장직 수락 반대’라는 제목의 문건을 박총장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이 문건에서 “우리의 대학현실을 감안할 때 대학은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정치권과의 공조는 그 순수성이 입증된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된다”면서 “이를 잘 알고 있는 박총장이 정치인의 후원회장을 맡는다면 퇴임 이후의 개인적인 진로를 염두에 둔 처신으로 해석될 수 있고 총장의 직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대학 운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교육자의 의무에 충실해야 할 총장이 정치권에 신경을 쓴다면 학교일을 소홀히 해 학교발전에 큰 지장이 초래될 것”이라며 “총장 한사람의 거취로 학교 전체가 큰 손실을 입게 되는 상황을 초래할 후원회장직 수락을 철회하지 않으면 이는 총장의 의무를 포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경북대 홈페이지에는 박총장의 후원회장직 수락과 관련,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찬반 입장을 담은 글들이 올랐다.
한 재학생은 “국립대학 총장은 대학 구성원의 뜻을 대변하고 조직의 결속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정치판을 기웃거리며 곁불만 쬐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학생은 “총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개인의 정치참여를 비난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우리 대학이 지방대학이라는 한계에 부닥치는 현 상황에서 학교 대표의 정치참여로 학교가 발전된다면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총장은 이와 관련, “이최고위원이 비교적 비전과 대안을 갖춘 젊은 정치인이라고 판단, 다음달 초에 열리는 후원회 행사에서 후원회장직을 맡기로 결심했다”면서 “후원회장의 역할이 현실적으로 정치인이 마련한 후원회 행사에서 단지 인사를 하는 정도지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경북대 교수협의회 의장을 거쳐 94년 교수직선에 의해 총장으로 선출된 뒤 98년 재선됐다.
한편 지금까지 이수성(李壽成)전 서울대총장이 한나라당 손학규(孫鶴圭)의원, 송자(宋梓)전 연세대총장이 민주당 김영환(金榮煥)의원의 후원회장직을 총장재임 시절 맡은 전례가 있다.
<대구〓정용균기자>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