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산업개발 부도파장]무리한 사업확장 '기우뚱'

  • 입력 2001년 3월 4일 18시 37분


현대그룹의 ‘건설 3인방’으로 이름을 날렸던 고려산업개발의 최종 부도는 무리한 사업확장과 현대알루미늄 현대리바트 등 부실 계열사 인수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임직원들은 자신들을 ‘재벌그룹 파행 경영의 피해자’로 여기는 분위기다.

고려산업개발의 부도는 특히 우량 협력업체에 직격탄으로 작용해 가뜩이나 불안한 국내 건설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왜 부도났나〓외환 위기가 극심했던 98년에도 22억8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낼 정도로 건실했던 고려산업개발은 98년 7월 그룹 기획조정실의 ‘지시’로 부도 직전이었던 현대알루미늄을 흡수하고 같은 해 12월 현대리바트를 합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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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리바트는 이듬해 7월 부채 전액을 고려산업개발에 떠맡긴 채 분사했다. 현대알루미늄은 3자 매각방식으로 처리될 계획이었으나 아직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고려산업개발은 이 과정에서 99년 289억원, 2000년 1∼9월에 185억6000만원의 적자를 냈다. 그런데도 무리하게 사업을 벌여 경영난을 자초했다. 미분양 물량이 쌓이기 시작하고 토지 매입비로 1000억원 이상이 묶여 자금난이 심화된 것.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작년 10월 이후 부도는 시간 문제였다”고 고백할 정도다.

고려산업개발 아파트 건설현황
위 치가구수입주예정공정률(%)현장 연락처
서울 강서구 가양3동 1142001년 5월81.602-3662-9924
서울 강남구 논현동 162001년 5월34.702-3446-8652∼3
서울 도봉구 방학동1,2782001년 10월76.002-955-7511∼3
서울 서초구 서초2동 442001년 5월28.902-525-3697∼8
인천시 부평구 산곡1동 1992001년 7월65.0032-512-1673∼4
인천시 남동구 서창사업지구 6302002년 12월 2.2031-465-1848
경기 광주군 오포면 신현리 3002001년 12월45.0031-726-0338∼9
3182002년 1월43.0
3482001년 11월46.0031-726-0151
경기 광주군 광주읍 쌍령리 4502002년 10월20.4031-767-0654∼5
경기 김포시 풍무동 8492001년 12월10.0031-998-6211∼2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2602002년 4월40.1031-298-0014∼5
경기 화성군 태안읍 반월리 8962001년 6월78.1031-205-8074, 7
1,2202001년 11월58.6031-205-9095∼7
5762001년 11월59.8031-205-4322, 4
경기 안산시 사사동 4912001년 12월42.6031-419-0171, 3
경기 용인시 구성읍 마북리 4862001년 12월40.0031-283-7886∼7
경기 용인시 기흥읍 보라리1,1122003년 3월15.0031-285-9455∼ 6
7712002년 9월14.0031-287-2800, 2
경기 용인시 수지읍 상현리 5562001년 12월21.3031-265-6121, 3
경기 의왕시 오전동1,6142002년 9월27.0031-455-9174
부산 해운대구 우동 3782003년 5월10.0051-743-5999
강원 춘천시 사농동 8102001년 11월37.0031-253-9915∼7

“계열분리 과정에서 파편을 맞았다”는 분석도 유력하다. 지난해 9월 고려산업개발의 최대주주는 22.7%를 가진 현대자동차였다. 그러나 작년 자동차, 건설, 중공업을 중심으로 현대그룹이계열분리되면서 건설업이 주력인 고려산업개발은 현대건설 군(群)으로 묶여야 했으나 현대건설이 자금부족을 이유로 거부하면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이후 확실한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이리저리 밀리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자동차로부터 지분의 19.74%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지원은 제한적이었고 마침내 지원 중단을 선언하면서 부도를 맞은 것이다.

▽상시퇴출 첫 사례〓정부는 이번 고려산업개발의 최종부도를 이달부터 본격 가동된 상시퇴출제도의 첫 사례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의 경우 금융기관별로 마련된 퇴출기준에 해당되면 신규자금지원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며 “이번 고려산업개발은 이 같은시장원리에 따른 결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고려산업개발의 1000여 협력업체중 우량기업에 미칠 파장. 여러 업체와 동시에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협력업체의 부도로 연결되면 다른 건설업체로도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은행들이 추가 지원할 의사가 없으며 계열사들도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만큼 고려산업개발은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원·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고려산업개발은 어떤회사▼

76년 4월 고려항만개발㈜로 설립돼 토목 건축사업에 주력해오다 80년 1월 현대건설의 관악, 염창 레미콘공장을 인수했으며 85년 3월 고려산업개발로 이름을 변경했다. 87년에는 성남 공설운동장을 건설했으며 88년 4월부터 아파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98년 8월에는 현대알루미늄공업과 ㈜신대한, 그해 12월 현대리바트를 합병해 사업영역을 아파트 건설 토목 레미콘사업 알루미늄사업 전선사업 유화사업 등으로 넓혔다. 지난해말 시공능력 평가액은 4600억원으로 도급순위 28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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