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혹한 풍속도]몸도 마음도 범죄까지 '결빙'

  • 입력 2001년 1월 15일 18시 33분


소방관 모자에도 고드름
소방관 모자에도 고드름
15년 만의 한파에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었다. 상하수도관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몸과 마음마저 얼어붙었다.

따뜻한 곳에는 사람들이 몰리는 반면 주말에도 교외는 텅텅 비고 음주운전과 범죄발생 건수가 줄어드는 등 ‘한파 풍속도’가 생겨나고 있다.

▽줄어든 범죄〓서울에서는 절도 강도 등 범죄가 크게 줄어 일선 경찰관들이 모처럼 ‘한가한’ 주말과 주초를 보냈다.

열차 여행객이 많은 청량리역과 윤락가를 끼고 있어 주말이면 사건이 유난히 많던 청량리 경찰서의 경우 새해 첫 주말이었던 6, 7일 폭행과 절도건수가 25건이었던데 비해 지난 주말에는 17건으로 줄었다.

역시 주말마다 20여건씩 ‘자잘한’ 사건이 많기로 소문난 강동경찰서도 지난 주말에는 폭행 4건, 절도 2건뿐이었다. 범죄가 대체로 20∼30%씩 줄었다는 것이 서울 일선 경찰서 형사계 경찰관들의 이야기.

취객들 사이에서 흔히 벌어지는 폭행의 경우 매서운 추위로 술꾼들이 일찍 귀가한 것이 감소의 원인이었다는 분석.

그러나 절도에 대해서는 도둑들도 추위가 싫어 ‘일’을 미뤘을 것이라는 주장에서부터, 시민들이 추위로 외출을 삼가는 바람에 빈집털이가 줄었을 것이라는 주장, 길이 얼어붙어 도주가 쉽지 않은 점을 절도범들이 감안하고 범죄를 포기했다는 이론(?)까지 경찰관들 사이에서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음주운전 입건 건수도 크게 줄었다.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갈 경우 음주측정기의 오작동이 종종 발견되는 데다 길이 미끄러워 음주단속을 할 경우 오히려 사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경찰이 아예 단속을 포기했기 때문.

평소 주말이면 10여건 이상씩 단속 실적을 올리던 강남경찰서의 경우 지난 주말 단 1건만을 적발했다. 이 1건도 단속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술 취한 운전자가 하필이면 파출소 앞에서 갈지자 운전을 하다 적발된 것.

한편 강추위로 인해 조급한 마음에 육교나 횡단보도가 100m 안에 있는데도 무단횡단하는 사람이 평소보다 30% 가량 늘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동파와의 전쟁〓연일 기록적인 한파가 계속되면서 서울지역의 각 가정에서는 수도관 수도계량기 등의 동파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15일까지 서울시에 접수된 동파사고는 총 1만4200건으로 지난해의 8000여건을 훌쩍 넘어선 상태. 특히 영하 15도 이하의 강추위가 몰아친 13일 하루에만 서울시 전역에서 1678개의 수도계량기가 동파된 데 이어 14일에는 3340개, 15일은 오전에만 1300여개가 추가로 얼어터졌다. 전체 동파사고의 44%가 13∼15일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셈.

서울시에 따르면 대부분의 동파사고는 복도식 아파트의 외부에 설치된 수도계량기가 혹한을 이기지 못해 파열됐으며 복도식 아파트가 밀집된 노원 강남 강동 송파구 지역에서 다수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주민들의 불편도 나날이 극심해지는 실정. 14일 새벽 서울 도봉구 창2동 D아파트에는 20여가구가 수도관 동파로 온수가 나오지 않아 오전까지 불편을 겪었다.

이 밖에 15일 오전 7시경에는 관악구 신림10동 S아파트의 일부 가구 베란다에 설치된 배수관이 얼어터지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붐비는 실내, 썰렁한 야외〓일요일인 14일 대전 동구 대전역과 중구 선화동 도청 앞에 이르는 1.4㎞ 구간 중앙로 지하상가에는 추위를 피해 찾아든 쇼핑객들로 붐벼 평소보다 30%가량 매출신장을 보였다.

또 이날 대전 서구 괴정동 롯데백화점 대전점에는 추운 날씨와 휴일 바겐세일까지 겹쳐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그 전 주 일요일인 7일(3만9000여명)보다 두 배 가량 많은 5만∼7만명이나 됐다.

반면 국립공원 계룡산에는 예년 겨울 휴일이면 3000∼4000명의 등산객이 찾아 겨울산행을 즐겼으나 이날은 평소 휴일의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300여명만이 입장했다.

<윤상호·이완배기자·대전〓이기진기자>ysh100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