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전직 경찰이 목격한 원조교제 백태

  • 입력 2000년 12월 29일 17시 02분


《어느새 우리 사회 깊숙이 침투한 ‘원조교제’. 10대 소녀는 성적 쾌락을 제공하고, 중년 남성은 돈을 치른다. 정보 통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원조교제’는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전화방, 인터넷 채팅, 광고 전단 등엔 원조교제를 부추기는 문구가 가득하다. 서초경찰서에서 원조교제 전문 수사관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정상배 경위를 통해 원조교제의 실상과 문제점을 들어보았다.》

최근 일간지 지면에 실린 모 정보통신업체 광고를 보면 가슴에 와 닿는 문구가 눈에 띈다. ‘사람과 사람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더욱 가깝게, 더욱 따뜻하게 이어주는 일…’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 사회 일각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더욱 가깝게 이어주는’ 편리성을 악용한 일탈행위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현상이 인터넷 채팅과 휴대폰 문자서비스 등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 성인 남성과 여성 청소년이 은밀히 만난 뒤 돈을 매개로 성관계를 갖는 이른바 ‘원조교제’다. 이는 ‘첨단 산업사회의 꽃’이 음험한 매매춘의 끈을 이어주는 ‘가교’로 변질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지난 5월 휴대폰 문자게시판에 올라온 ‘인천 여 18세, 연락 바람’이라는 메시지를 보고 당사자인 여학생과 원조교제를 한 20~30대 남성 5명이 적발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금년 초만 해도 기존 전화방을 통한 원조교제 사범이 많았는데, 요즘은 회원제 전화방과 인터넷 채팅을 이용한 원조교제가 크게 늘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원조교제의 또 다른 수단으로 떠올라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전 서초경찰서 소년계장 정상배 경위(48·현 서초구 서래파출소 소장)는 지난 10개월 동안 끈질기게 원조교제 사범을 추적한 끝에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총 30건 단속, 97명 검거’ 실적을 올렸다. 그 결과 경찰청 안팎에서 ‘원조교제범 포도대장’으로 불리는 그는 최근 원조교제를 둘러싼 우리 사회 실태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소장이 현장을 직접 누비며 건져 올린 단속 실적을 토대로 경찰청 내부 문건인 ‘수사연구’ 9월호에 발표한 ‘원조교제 실태 관련 보고서’ 내용을 보면 그의 우려가 단지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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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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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교제 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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