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진승현 게이트' 흐지부지 될 듯

  • 입력 2000년 12월 18일 18시 41분


첫공판에 포승에 묶인채 정현준·이경자씨가 입정하고 있다
첫공판에 포승에 묶인채 정현준·이경자씨가 입정하고 있다
‘정현준, 진승현 게이트’에 대한 의혹은 결국 못 풀고 말 것인가.

두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미진한 가운데 더 이상 정관계 로비의혹 등에 대한 진실을 파헤칠 의지도 없어 보인다. 검찰은 두 사건의 ‘최종’ 수사 결과도 발표하지 않은 채 시간만 흐르기를 기다리는 형국이다.

과연 법정에서는 검찰 수사에서 풀리지 않은 의혹들이 밝혀질 것인가. ‘정현준 사건’에 이어 ‘진승현 사건’도 곧 재판에 넘겨질 예정이다.

▽정현준 사건〓18일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김대휘·金大彙부장판사)는 한국디지탈라인(KDL) 정현준(鄭炫埈·32)사장과 동방금고 이경자(李京子·56)부회장 등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으로 기소된 14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이 이들을 기소한 것은 지난달 14일. 수사는 그 뒤에도 한 달을 넘겨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정관계 인사 연루 의혹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 로비의혹 등 이 사건의 핵심 의혹에 대해서는 별로 밝혀진 것이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기소 당시 불법 대출된 돈의 흐름을 추적해 이같은 의혹을 풀겠다고 공언했으나 현재까지 의혹을 풀 단서는 잡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게다가 수사 방식과 방향을 둘러싸고 수사팀 내부에서 갈등마저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수사를 통한 의혹 해소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판에서는 정사장과 이부회장 등에 대한 검찰의 신문과 변호인의 변론이 진행됐으며 정사장은 불법대출 등 공소 사실을 대부분 시인한 반면, 이부회장은 “정사장이 부탁 또는 지시했다”며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책임을 정사장에게 떠넘겼다.

이에 따라 검찰 출두 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부회장과 정치인의 연루설을 폭로했던 정사장이 이부회장의 태도에 불만을 품고 또다시 모종의 폭탄 발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날 공판에서 관심을 모았던 ‘정관계 로비설’에 대해서는 어떤 새로운 언급도 없었다. 하지만 재판을 통해 정사장과 이부회장 등이 로비사실을 폭로하거나 이를 입증할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앞으로의 재판 과정이 주목된다.

▽진승현 사건〓MCI코리아 대표 진승현(陳承鉉·27)씨도 20일경 재판에 넘겨지게 된다.

진씨의 정치자금 제공 의혹과 관련, 검찰은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18일 “진씨는 정사장이나 이부회장과 달리 정관계 로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두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연말을 맞아 추진력이 약해졌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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