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45명, 외국인노동자의 집 방문…성금·편지 전달

  • 입력 2000년 12월 17일 18시 36분


“저의 장래희망은 경찰이에요. 제가 커서 그런(임금을 떼어먹거나 이유없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때린) 사람을 잡아드릴게요.”(최정운 어린이)

경기 성남시 수정구 금빛초등학교 5학년2반(담임교사 강영아·姜英%)의 어린이 45명이 16일 ‘성남 외국인노동자의 집’에 전달한 크리스마스 카드는 어른들의 폐부를 찌른다.

단순한 위문편지가 아니다. 어른들의 잘못을 대신 사과하고 커서는 이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날 낮 12시반. 수업을 마친 어린이들은 담임선생님과 함께 학교에서 800m 떨어진 이 ‘외국인노동자의 집’을 방문해 ‘고사리 성금’ 4만3200원, 쌀 3말 등과 함께 이 카드를 전달했다.

어린이들이 ‘고사리 성금’을 모으기로 한 것은 몇몇 어린이들이 외국인노동자들의 겨울나기가 어렵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읽으면서부터. 이들은 12월초 외국인노동자의 집을 직접 방문해 실태를 자기들 눈으로 확인했고, 학급회의에서 그 실태를 급우들에게 전하면서 모금 등의 방침을 정한 것.

‘부모님께는 부담을 드리지 말자’는 일부 어린이의 의견에 따라 자기들 용돈 한도 내에서 걷기로 하고 용돈이 없는 사람은 대신 쌀을 가져오기도 했다.

이날 외국인노동자의 집을 찾은 한 어린이는 “인형뽑기와 PC방에서 용돈을 다 쓰는 바람에 500원만 성금으로 낸 게 안타깝다”며 뒤늦게 후회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어린이들은 이날 ‘외국인노동자의 집’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실태 등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강교사는 “서민층 거주지역인데도 외국인노동자 돕기에 반 전체가 참가하는 등 이웃사랑에 대한 열기가 높았다”며 “이들이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어린이들이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성남 외국인노동자의 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해성(金海性)목사는 “올해는 ‘제2의 IMF’가 올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인지 기업체들의 후원금은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되레 초중고교생들의 고사리 성금이 쇄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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