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특차 마감 표정]대학주변 PC방들 ‘특차 특수’

  • 입력 2000년 12월 16일 20시 32분


65개 대학 특차모집 원서접수가 마감된 16일 각 대학의 접수창구는 오전까지는 대체로 한가했으나 오후부터 수험생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수험생들은 수능이 쉽게 출제돼 고득점자가 대거 늘어난 데다가 2002학년도부터대입제도가 크게 바뀌게 된다는 점 때문에 ‘재수기피 심리’가 작용한 듯 뚜렷한 하향·안정지원 경향을 보였다.

고득점자들 조차도 서울대 특차모집에서 드러난 `고득점자 도미노 여파'를 우려한 듯 원서를 내면서 지원학과의 경쟁률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마감시간이 임박해서는 핸드폰으로 가족이나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며 타대학 상황을 알아보는가 하면, 몇 시간동안 고심끝에 막판에 학과별 경쟁률을 보고 즉석에서 지원학과를 변경하는 수험생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등 치열한 눈치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각 대학의 의학, 법학, 예체능 계열 등 전통적인 인기학과에는 지원자가 많아 경쟁률이 높은 반면, 비인기학과는 대체로 한산,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특차에서 2천명을 모집하는 연세대는 오후 들어서면서부터 ‘특차 혼잡’이 본격화됐다.

특히 각 학과 경쟁률이 게시된 현황판 주변은 지원학과를 결정못한 수험생들이시시각각 변하는 지원율을 체크하느라 ‘가벼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접수대 앞에서도 일부 수험생들은 다른 지원자들이 받은 접수번호를 하나하나물어보는 등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경쟁률에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딸이 생활과학계열에 지원했다는 한 어머니는 “아버지가 오후 2시부터 이화여대에 가서 경쟁률을 확인한 뒤 희망을 걸고 막판에 연세대로 결정했다”며 “합격선을종잡을 수 없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광영고를 졸업한 뒤 재수한 이성근(19)군은 “중앙대와 연세대를 놓고 아침까지고민한 끝에 연세대로 왔다”며 ‘눈치’와 ‘소신’ 사이에 끝없이 줄다리기를 하며 마음을 졸였던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일부 지원자들은 원서마감시간을 30여분 넘기고도 학과를 결정하지 못한 채 가족들과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며 발을 구르기도 했다.

○…고려대 특차모집 마감결과 전체적인 경쟁률은 작년 2.27대 1보다 다소 높아졌으나 전통적 인기학과인 법대, 의예과 등은 오히려 지원자가 줄어들어 수험생들의 하향안정지원 추세를 그대로 보여줬다.

대학 관계자는 “수능시험에서의 고득점자 인플레 현상으로 경쟁률이 작년보다 약간 늘었다”며 “390점 넘는 고득점자도 상당수 지원한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수능이 쉽게 출제돼 점수 편차가 거의 없어 합격선은 작년보다 상당 정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학부에 지원한 박재희(여·20·서울 동작구 노량진 1동)씨는 “경쟁률이 치열할것 같아 마지막 날까지 접수를 미뤘다”면서 “수능 점수 인플레로 인해 내 점수가 안정권이 아니라는 불안감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법대, 의예과, 상경계열 등 전통적 인기학과는 일찌감치 정원을 넘겼고 마감시간이 될 때까지 몰려드는 지원자수도 크게 늘지 않았으나 비인기학과는 저조한 지원율을 보이다가 마감시간이 임박하면서 원서를 내려는 줄이 현저하게 길어졌다.

○…한양대 특차모집이 이뤄진 한양대 체육관에서는 오후 5시 원서접수 입장시간이 지난 뒤에도 일부 학생들이 학과를 결정짓지 못해 불안해 하며 각 학과별 경쟁률을 살펴보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일부 수험생들은 원서접수 창구 옆 상담실에 설치된 컴퓨터를 이용해 경쟁률을 확인해 보느라 길게 줄을 늘어서기도 하는 등 막판까지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치기도했다.

중앙대도 오후부터 수험생들이 몰려들면서 오전까지 미달이거나 약세를 면치 못했던 비인기학과들이 단숨에 3대 1, 4대 1의 경쟁률을 넘어섰다.

특히 역대 입시사상 최고치를 경신해온 중앙대 안성캠퍼스 연극학과 연기전공의경우 12명 모집에 총 1천79명이 지원, 89.92대 1이라는 경이적인 경쟁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또한번 과시했다.

서울여대에서는 특차모집 원서접수 창구 옆 세미나실에서 교무과 직원들이 나와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입시와 전공에 대한 상담을 해주기도 했으며 덕성여대 주변 PC방에는 인터넷을 통해 각 학과별 경쟁률을 알아보려는 수험생들이 몰려들어 때아닌 ‘특차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연합뉴스=김병수·김성진·고일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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