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19일 총파업" 경고…노-정 대결양상 치달아

  • 입력 2000년 12월 14일 18시 39분


정부와 금융노조가 금융지주회사 출범문제를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 제2의 은행파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은 14일 노사정위원회에 출석해 “국민―주택은행은 대주주의 뜻에 따라 자율 합병을 계속 추진하고, 한빛은행 등이 모이는 지주회사는 내년 10월 기업금융과 소매금융 등으로 나누는 은행 재편이 예정대로 추진된다”고 밝혔다.

금융노조 이용득(李龍得)위원장은 즉각 “정부가 강제하는 국민―주택은행의 합병을 중단하고, 금융지주회사가 설립된 뒤 적어도 2002년말까지 자력회생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19일 총파업으로 뜻을 관철하겠다”고 맞섰다. 그러나 이위원장은 이날 오후 전화통화에서 “노사정위원회의 중재가 최종 결렬되지 않으면 파업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근영위원장은 노사정위 회의에서 “정부가 개입했다면 김상훈(金商勳) 국민은행장이 오늘 새벽 ‘합병 논의 일시중단’을 선언할 수 있었겠느냐”며 “국민―주택은행간 합병에 정부는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위원장은 “지주회사의 내년 10월 재편은 반드시 실천될 것이며 구체적인 내용은 외부 컨설팅기관의 연구결과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진념(陳稔) 재정경제부장관도 “노조측이 요구하는 대로 2002년말까지 기다린다면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며 2001년 10월 재편방침을 재확인했다. 공적자금 특별법은 ‘금융기관이 수익성 개선 방안을 제시해야 공적자금이 지급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용득 노조위원장은 노사정위가 끝난 뒤 △우량은행간 합병은 노사간 합의에 따른다는 올 7월 노사정 합의정신을 어겨가며 정부가 국민―주택은행 합병에 개입하고 있으며 △지주회사의 자회사들을 내년 10월에 ‘헤쳐 모여’ 시킨다면 지금 우량은행에 흡수합병시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주택은행 노동조합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노조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합병에 반대하는 결의대회를 갖는 등 시위를 계속했다. 이에 앞서 국민은행 노조는 김상훈 행장이 14일 0시경 ‘합병 논의 일시중단’을 선언한 뒤 새벽 5시 행장실 앞 점거 농성을 35시간여만에 풀었다. 그러나 김행장은 노조가 요구하던 ‘합병취소 선언’을 끝까지 거부했고 노조도 합병재개 조짐이 있을 경우 즉시 파업에 들어간다고 맞서 양 은행간 합병을 둘러싼 노사정 갈등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김승련·이나연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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