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왕따 초등생' 경호원과 함께 등교

  • 입력 2000년 12월 7일 23시 10분


같은 반 친구들에게 집단 따돌림과 구타를 당한 초등생이 사설 경호원의 경호를 받으며 학교에 다니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올 3월 경기 광명시에서 서울 영등포구 S초등학교로 전학한 6학년 이모양(12)은 지난달 30일부터 사설 경호원 2명의 경호를 받으며 경호회사의 승용차로 등하교하고 있다.

이양 경호원들은 수업이 시작되면 교실 밖에서 기다리다 쉬는 시간이 되면 다시 교실로 들어가 이양의 주위를 살핀다.

이양은 전학 직후 같은 반 여학생 7, 8명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했다.

이양의 ‘나쁜’ 학우들은 “○○는 노는 물이 우리와 다르다” “○○랑 놀면 가만 안두겠다”며 다른 학우들이 이양에게 접근하는 것도 막았다는 게 이양측 주장이다.

이양의 부모는 딸의 ‘나쁜’ 학우들을 집에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며 사이좋게 지내라고 타일렀지만 소용없었다. 담임 교사에게도 수 차례 도움을 요청했지만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이양이 ‘나쁜’ 친구들과 말다툼 끝에 집단 구타당해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자 이양의 부모도 더 이상 참기 힘들었다.

다음날 당장 경호원을 붙이고 지난달 30일 지역 교육청에 진정서를 냈다. “같은 반 학생들에게 딸이 ‘왕따’당하고 집단 구타까지 당했으나 담임과 면담해도 해결되지 않으니 이들이 다른 아이들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사설 경호원의 등장에 놀란 학교측은 그제서야 사태 해결에 나서 6일 이양과 ‘나쁜’ 친구들간에 화해가 이뤄졌다.

이양의 아버지(42·건설업)는 “학교측이 부당하게 따돌림과 구타를 당하는 학생 하나 보호해주지 못하는 데 커다란 좌절감을 느꼈다”며 “가해 학생들에게 사과와 다짐을 받았지만 당분간 경호원으로 하여금 딸을 보호하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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