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씨 '총선후원금' 계좌추적…검찰 영장청구

  • 입력 2000년 12월 3일 19시 06분


MCI코리아 대표 진승현(陳承鉉·27)씨 금융비리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이승구·李承玖부장검사)는 3일 진씨가 i리젠트그룹 제임스 멜론 회장(43·영국인)의 지시에 따라 리젠트종금 주식시세를 조작한 혐의 등을 확인하고 진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과 사기, 증권거래법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진씨의 신청에 따라 4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영장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검찰은 진씨가 4·13 총선에서 여야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제공한 혐의에 대해서도 계속 조사중이다. 검찰은 진씨와 주변 사람들의 관련계좌를 추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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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또 진씨에게서 변호사 선임비용 명목으로 10억원을 받아 가로챈 검찰 주사보 출신 브로커 김삼영씨(42)와 김씨를 진씨에게 소개시켜준 국가정보원 간부 출신인 MCI코리아 전회장 김재환씨(55)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총선자금 제공 및 정관계 로비 수사〓검찰은 진씨가 총선 전에 야당 중진의원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제공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진씨를 3일째 추궁했으나 진씨는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진씨는 자신이 ‘직접’ 정치인에게 돈을 준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진씨 측근 등 진씨 이외의 인물이 선거자금을 제공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진씨의 주가조작 및 한스종금 사기인수 등과 관련해서는 정관계 로비의 흔적이나 단서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진씨의 금융비리와 관련해서는 정관계에 로비를 할 필요가 없었고 실제로 로비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변호사 선임비용 10억원 수사〓검찰은 브로커 김삼영씨를 상대로 진씨에게서 10억원을 받은 경위와 사용처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또 김재환씨가 국정원 재직 시절 동기생이던 김은성(金銀星) 국정원 2차장을 통해 검찰에 진씨의 혐의내용을 파악한 경위와 브로커 김씨 등을 통해 정치권 등에 로비를 했는지 등에 대해 조사중이다.

▽한스종금 사기인수〓검찰은 진씨가 4월 실체가 없는 SPBC(스위스 프리바트방크 컨소시엄)에서 외자를 유치하는 것처럼 옛 아세아종금 대주주 등을 속여 단돈 10달러에 이 종금을 인수하려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진씨에 대한 영장청구서에서 “진씨는 자본금이 5만프랑(약 3000만∼4000만원) 정도에 불과한 스위스 소재 소규모 무역회사인 ‘오리엔털 제이드’의 명칭을 SPBC로 바꾼 뒤 자신이 국내에서 빌린 돈을 해외로 빼돌려 SPBC가 아세아종금에 투자하는 것처럼 꾸미려고 했다”고 밝혔다.

진씨는 이 과정에서 아세아종금 내부정보를 제공하는 등 사기인수에 협조한 이 회사 전사장 신인철(申仁澈)씨에게 20억원의 사례금을 줬다고 검찰은 밝혔다.

▽리젠트증권 주가조작〓진씨는 지난해 10월 리젠트증권의 지주회사인 코리아온라인(KOL)회장 겸 i리젠트그룹 회장의 지시에 따라 당시 고창곤(高昌坤·38) 리젠트증권 사장과 공모해 리젠트증권 주가를 조작했다고 구속영장청구서는 밝혔다.

검찰은 “진씨는 멜론 회장에게서 ‘KOL의 유상증자를 위해 리젠트증권의 주가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으니 1000만달러 상당의 주식을 매입해주면 2개월 후에 연 15%의 이자를 가산해 되사주겠다’는 말을 듣고 같은 해 11월 중순까지 278만주를 매매해 주가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고 전사장을 곧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며 멜론 회장에 대해서도 소환 또는 서면조사하는 방안 등을 검토중이다.

<이수형·이명건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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