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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23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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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부장판사는 97년 11월 형사소송법 개정 당시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회유하거나 협박해 심문신청권을 박탈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에 앞장섰고 99년 2월에는 이번 경우와 유사한 이유로 한 공무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기도 했다.
―박 피고인의 주장을 믿게 된 이유는….
“박 피고인 부부는 첫 공판 때부터 같은 주장을 해 왔다. 당시에는 그 자신도 이런 이유로 석방되리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여서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
―다른 피고인들은 심문신청권을 제대로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그렇지 않다. 심문을 포기한 열명 중 아홉명은 제도의 취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박 피고인의 경우는 제도의 취지를 알고 심문을 원했는데도 포기시킨 것으로 판단돼 문제삼았다.”
―영장실질심사제도의 순기능이라면….
“피의자들이 구속되기 전 판사에게 억울함을 직접 호소할 권리가 주어진 것이다. 또 기록에는 나타나지 않은 정황이 참작돼 구속을 면하기도 한다. 특히 수사기관은 심문을 예상해 피의자에게 가혹행위를 할 수 없어 인권신장에 기여하고 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구속영장 실질심사 제도▼
구속영장실질심사제도는 일단 구속된 뒤 구속의 정당성 여부를 따지는 구속적부심제도와 함께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피의자 인권보호 장치다. 이 제도는 97년 1월1일부터 시행됐다.
시행 초기에는 판사가 영장과 함께 기록을 검토한 뒤 심문여부를 결정해 90% 이상의 피의자가 심문을 받고 구속여부가 결정됐다.
그러나 피의자 호송과 신병관리에 수사인력이 낭비된다는 검찰과 경찰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97년 11월 형사소송법이 개정돼 현재는 피의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실시된다.
심문은 피의자 본인뿐만 아니라 변호인과 가족, 동거인, 고용주 등도 신청할 수 있다. 수사기관은 피의자에게 심문신청권이 있음을 고지할 의무가 있고 피의자가 포기하는 경우는 다른 신청권자에게 권한 행사여부를 물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이 제도를 잘 모르는 국민이 많고 수사기관도 일부 구속이 확실한 피의자에게는 신청권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법원은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의사를 묻지 않고 청구한 구속영장에 대해 법원이 보완명령을 내린 경우는 98년 73건, 99년 108건, 올 6월까지는 15건이다.
법이 개정된 뒤 지난 3년 동안 서울지법 본원과 지원의 경우 전체 구속영장 청구인원 대비 영장실질심사율은 98년 65%, 99년 62%, 올 6월까지 63%로 평균 63%를 기록하고 있다. 지방의 경우 신청률이 좀더 높아 광주지법의 경우 3년 평균 86%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