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잘못 '뒤바뀐 시신' 유족 고통비용 5000만원 배상판결

  • 입력 2000년 11월 17일 18시 42분


병원 영안실에서 ‘뒤바뀐 시신’으로 입은 유족의 고통을 돈으로 따진다면 얼마나 될까. 법원은 병원측에 5000만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1월 노환으로 숨진 심모씨(74)의 장남 차모씨(45·경기 과천시)는 3일장을 치르는 마지막 날 어머니가 꿈에 보이는 등 뒤숭숭한 꿈자리 때문에 잠을 설쳤다.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차씨는 경남 합천의 묘터에서 하관하기 직전 시신을 확인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유교의 장례 예법에 어긋난다”며 반대하던 가족들은 차씨의 완강한 태도에 결국 그 자리에서 관을 열었다. 관속에는 얼굴도 모르는 남자의 시신이 들어 있었다.

경악한 유족들은 부랴부랴 시신이 안치됐던 경남 진주시 진주의료원에 문의, 같은 날 들어온 시신 6구의 행방을 찾아 헤맸다. 다른 유족들의 동의를 얻어 이미 장례식이 끝난 무덤 4개를 다시 파헤쳤지만 찾지 못했다. 나머지 시신 2구는 이미 화장을 끝내고 재가 뿌려진 뒤였다.

유족들은 “평생 불효자로서 죄책감에 시달리게 됐다”며 진주의료원을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창원지법 진주지원 민사합의부(재판장 황정근·黃貞根부장판사)는 17일 “병원측의 잘못으로 시신이 뒤바뀐 사실이 인정된다”며 “병원은 차씨 등에게 5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유족측은 “유교를 신봉하며 조상의 묏자리를 소중히 여기는 유족들이 받을 정신적 피해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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