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사라진다…법정관리 6년만에 청산 결정

  • 입력 2000년 11월 17일 18시 42분


㈜한양이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이로써 1973년 설립된 후 한양그룹으로 성장해 한때 건설업계 도급능력 4위, 재계 10위 안에 들었던 한양이 완전히 간판을 내리게 됐다.

대한주택공사와 한양의 법정관리인, 서울지법 민사50부는 17일 한양이 지나치게 많은 부채와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다시 일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회사정리절차(법정관리) 폐지에 최종 합의했다. 한양은 94년 법정관리와 함께 주공에 넘어가 경영정상화를 꾀했다. 한양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했으나 재무구조가 부실한 데다 일감마저 줄어 재기에 실패했다. 올해 예상 적자규모는 600억원. 부채가 1조2460여억원이어서 연간 7700억원 정도의 매출로는 향후 10년간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이자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한양은 주공의 사업과 자체 공사 등 전국 33개소에 2만4589가구의 아파트를 건설하고 있으며 하도급업체와 납품업체 등 1925개의 협력업체가 있다.

주공은 이날 “한양이 맡은 아파트공사는 보증 시공사가 대리하거나 주공이 직영하고 경기 부천시 상동아파트 등 한양 자체 사업은 대한주택보증의 시공보증으로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협력업체에 대해서도 주공이 공사 대금을 직접 지불하고 시공권을 승계시켜 주며 1055명의 한양 임직원 중 현장 직원들은 최대한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양 노조는 이날 반대 성명서를 내고 “주공이 매각 실패의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서둘러 한양을 청산한다”며 “청산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20일부터 월드컵 경기장 등 전국의 주요 공사를 중단하고 총 파업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한양은 설립자인 배종렬(裵鍾烈·62) 전 회장의 교섭력 등으로 승승장구하며 70년대 국내 아파트 건설과 중동시장에서 명성을 높였다. 그러나 6공 말기 서울 가락동 민자당 연수원 부지 수의 계약에 따른 특혜 시비와 정치자금 조성 문제 등이 겹치면서 배 전회장이 구속되는 등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배 전회장은 93년 법정관리 신청 이후 한양과의 관계를 중단했으며 현재 재기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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