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현장 표정]"설마했는데…" 근로자들 허탈

  • 입력 2000년 11월 8일 23시 40분


대우자동차의 최종부도가 결정나자 8일 대우차 직원들은 허탈함과 분노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창원 군산 등의 대우차 공장은 하루종일 어수선했으며 협력업체 직원들도 앞으로의 사태 전개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불안해했다.

○…대우차 부평 본사는 사무 연구직과 생산직 8000여명이 정상적으로 출근한 가운데 자재를 실은 지게차가 공장안을 바삐 오가는 등 평소와 다름없이 조업을 계속.

그러나 이날 점심시간 도중 부도 소식을 접한 직원들은 식사시간과 작업시간 틈틈이 곳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장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

기술연구소 김대호과장(38)은 “노사간 협의 등 필요한 과정을 생략하고 ‘백지위임장’을 요구한 채권단의 밀어붙이기식 행태와 국민경제적 시야가 결여된 노조가 파국을 합작해냈다”며 양측을 싸잡아 비난.

○…대우차 노조는 8일 오전 10시15분경부터 11시50분까지 부평 본사 복지관 2층 소극장에서 100여명이 참여한 비상간부합동회의를 갖고 채권단과 사측이 요구하고 있는 구조조정 동의서 제출을 거부하기로 결의.

노조 집행부는 이달 초 선출된 신임대의원 상견례를 겸해 마련된 이날 회의에서 그동안 사측과 진행된 협상과정에 대한 경과보고를 한 뒤 구조조정 동의서 제출 불가 입장을 재확인.

노조 집행부는 또 앞서 이날 오전 이종대 회장을 만나 요구했던 ‘회사 정상화를 위한 노사, 채권단, 정부 등의 4자 협의체’ 구성을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소극장 로비에는 회사 관계자와 납품업체 직원 등 50여명이 모여 회의 결과를 기다리며 애를 태우는 모습.

○…승합차를 주로 생산하면서 꾸준한 성장을 보이던 전북 군산공장의 노사는 결국 파국이 오고야 말았다며 체념 속에서 착잡한 표정.

대우차 군산공장은 이미 확보된 부품 재고량으로 이틀 정도는 정상가동되겠지만 부품 납품업체들의 납품거부로 더이상 조업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

군산공장측은 부도처리 직후 성명을 내고 “회사생존을 위해 자체 자구계획을 수립, 추진해왔으나 만족한 결과를 얻지 못해 고객과 협력업체, 채권금융단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채권금융단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차는 부도 여파로 일부 부품공급이 중단됨에 따라 9일 부평공장에 대해 휴업을 실시한다고 8일 발표.

회사에 따르면 이날 최종 부도결정 이후 일부 협력업체들로부터 현금 결제를 요구하며 부품 공급을 중단한다는 통보가 잇따르고 있으며, 특히 가동률이 가장 낮은 부평공장의 상태가 심각해 조업을 중단키로 결정.

그러나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는 마티즈 생산 창원공장과 누비라, 레조 생산 군산공장은 부품공급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주야 2교대 중 야간조만 작업을 중단하고 주간조는 조업을 계속할 예정.

○…대우자동차가 8일 최종 부도처리되자 경차를 주로 생산하는 창원공장 노사도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일단 정상조업을 하며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분위기.

노조 관계자는 “두달치 월급과 두차례의 상여금 등이 체불돼 조합원들의 사기가 크게 저하돼 있는 상황에서 회사가 부도처리돼 암담한 심정”이라며 “일단 공장을 정상가동하면서 투쟁방향을 결정하겠다”고 설명.

<하임숙·이명재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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