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항 '새떼와의 전쟁' 나서

  • 입력 2000년 11월 8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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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 공항이 ‘새떼와의 전쟁’에 나섰다.

6일 오후 9시8분경 부산 김해공항을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대한항공기가 청둥오리와 충돌하는 바람에 엔진고장을 일으켜 회항하는 사고가 나면서 전국 각 공항은 철새 이동철을 맞아 비상이 걸렸다.

조류충돌로 김해공항에서 항공기가 회항한 것은 76년 개항이래 처음 있는 일.

여객기는 모두 주 엔진과 보조엔진을 합쳐 3∼5개를 갖추고 있어 엔진 1개가 고장나도 비행이 가능해 조류충돌이 승객의 안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항공사측은 밝히고 있다. 하지만 새가 여러마리 한꺼번에 들어가는 경우 엔진이 폭발할 가능성도 있어 대형사고의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98년 1월22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6동에서 MD500 군용헬기의 꼬리날개가 비둘기떼와 부딪쳐 건물옥상에 추락했으며 97년 10월9일에는 F5 전투기가 훈련 중 조류와 충돌, 조종석 정면 유리창에 헬멧 크기의 구멍이 생겨 추락 직전 비상착륙한 적이 있다.

이스라엘의 경우 중동전쟁 때 추락한 항공기보다 조류충돌로 인한 항공기 손상이 더 많아 조류를 추적하는 특수 레이더망을 설치해 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조류충돌로 인한 추락사고는 없었지만 지난 10년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조류충돌 사고는 모두 368건으로 피해액은 150억원에 이른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만도 40건에 피해액만 10억원을 넘어섰으며 아시아나항공도 올해 34건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한국공항관리공단은 전국 공항에서 새떼를 쫓는 데 매년 10억여원을 들이고 있지만 조류충돌 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공항에서 조류를 쫓는 방법은 폭발음을 내는 폭음기, 조류가 싫어하는 주파수를 내는 경보기, 엽총, 마네킹을 이용하는 방법 등 4가지.

철새 도래지인 을숙도 바로 옆에 위치해 조류충돌사고의 위험이 높은 김해공항의 경우 경보기 24대와 폭음기 28대, 엽총 7자루 등의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올해만도 6400만원을 들여 장비를 보강했다. 공항 관계자는 “밤에는 새떼의 위치를 파악하기가 힘들어 사고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조류를 추적하는 전용레이더를 설치하는 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석동빈기자>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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