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원 수사]정치공방 성격 …유야무야 끝날듯

  • 입력 2000년 11월 5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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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금고사건 수사와 국정감사 과정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의원을 ‘허위사실 적시(摘示)’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고발한 사건은 과연 어떻게 결말이 날까.

이의원은 사설펀드 가입자 가운데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여권 K, K, K, P씨의 실명을 거론해 민주당이 문제를 삼았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은 검찰이 이른 시일 내에 흑백을 가리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은 일단 “통상의 절차에 따라 수사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찰이 우선 검토해야할 내용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명예훼손의 법리 문제.

헌법 45조는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해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거나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국회에서’는 국회의사당만을 뜻하지 않고 의사당 밖, 즉 국정감사를 위해 다른 국가기관을 방문해 활동한 경우도 포함된다.

이의원의 경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 국정감사장에서 문제의 발언을 했기 때문에 일단 면책특권 적용의 형식적 요건은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폭력행위나 험담 등은 면책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다수설이다. 독일기본법(헌법)은 “국회 내의 행위라고 하더라도 명예훼손적인 경우에는 면책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우리 법은 이런 명문 규정이 없다.

명예훼손 여부와 관련해 검찰은 우선 이의원의 주장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정해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허위주장이라면 명예훼손이 된다”는 견해와 “험담이나 비방이 아닌 공익목적의 발언은 명예훼손이 안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특히 이의원의 발언은 “이러이러한 소문이 있는데 사실이냐”고 묻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주장’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어쨌든 이 사건은 여야간 ‘정치공방’의 성격이 강하고 지금까지 정치인들간의 명예훼손 고소 고발사건이 한번도 제대로 진행된 적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적 상황에 따라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다.

<이철희·신석호기자>kyle@donga.com

▼민주당 제명요구서 접수 의석 모자라 엄포용 그칠듯 ▼

한편 민주당은 이의원의 의원직 제명을 요구하는 징계요구서를 국회 윤리특위에 접수시켰다. 하지만 이것도 다분히 정치공세용 엄포에 그칠 전망이다.

헌법상 의원직 제명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의 의석구도에서 소수여당이 이를 관철해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욱이 자민련에서마저 “차라리 헌법개정(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이나 추진하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는 상황이다. 의원직 제명은 10대 국회 때 ‘김영삼(金泳三)의원 제명 파동’ 이후 한 차례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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