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 로비 연결책, 이경자씨 측근 출국

  • 입력 2000년 11월 3일 18시 39분


동방금고 이경자(李京子·56)부회장의 핵심 측근인 이 금고 유조웅(柳照雄)사장에 이어 S팩토링 오모 사장도 출국함으로써 이부회장에 대한 검찰수사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이들 주요 인물들의 해외출국은 출국금지 등의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검찰과 금융감독원의 소극적 자세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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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인물 출국, 수사 난항〓서울지검 이기배(李棋培)3차장은 3일 “최근 오씨가 소환에 불응해 확인해보니 지난달 26일 괌으로 출국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현재까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씨는 이부회장이 외국의 자금을 조달한다며 만든 S팩토링의 사장으로 일하면서 이부회장의 자금조달 과정에 깊이 간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그는 과거 민주화운동을 했다고 주장하며 여권 인사들과의 친분을 자랑하고 다녔던 것으로 알려져 이부회장과 여권 인사들과의 연결고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오씨는 특히 이부회장과 한국디지탈라인 정현준(鄭炫埈·32)사장이 검찰에 출두한 다음날인 26일 출국한 것으로 드러나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서울지검 이차장은 2일에는 “이부회장의 행적을 파악하기 위해 오씨를 소환하려 했으나 오씨에 대해 드러난 범죄혐의가 없어 다시 소환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이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가 귀국하지 않을 경우 이부회장의 자금운용이나 사설펀드 가입자 모집 등에 관한 의혹은 상당부분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이부회장의 불법대출 및 정관계 로비의혹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동방금고 유사장은 검찰수사 착수직전인 지난달 21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구속 일주일째인 이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이렇다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는 데에는 이들 핵심 측근들의 출국이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관계 로비 수사〓이차장은 이날 “이부회장이 뇌물과 관련해 한 진술은 수사기술상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해 이부회장이 금감원 등의 로비에 대해서는 상당한 진술을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검찰은 핵심 의혹인 정치권 로비설이나 정치인 등 유력인사의 사설펀드 모집 등 이부회장에 대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이씨가 입을 열지 않는다”거나 “확인중”이라는 답변만을 계속하고 있다.

검찰은 또 자살한 장래찬(張來燦)전 금감원 국장이 1월 평창정보통신 주식 2만3000주를 주당 8000원에 사서 6억원대의 이익을 본 것은 평창정보통신측이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고 보고 수사중이다.

이밖에 이 사건의 핵심인물 중 한명으로 알려진 평창정보통신 유준걸(柳俊杰)사장이 세풍사건과 관련, 미국에 도피중인 국세청 이석희 전차장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입건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검찰은 “유사장이 97년 울산지역 아파트 공사와 관련해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이 전차장에게 5000만원을 준 혐의를 잡고 수사중 이 전차장이 미국으로 도피해 지난해 9월 유사장에 대해 참고인 중지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신석호·이명건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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