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펀드' 수사]명단 검찰 제출, 정현준의 승부수?

  • 입력 2000년 11월 1일 19시 05분


한국디지탈라인(KDL) 정현준(鄭炫埈·32)사장측은 여권 실세 등 정치인 10여명의 이름이 들어있는 사설펀드 투자자 명단을 검찰에 자발적으로 제출했을까.

사설펀드가 고위 공직자에 대한 로비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는 명단이 제출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지검 이기배(李棋培)3차장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정사장측이 투자자 명단을 가져와 펀드의 규모와 설립 경위, 목적 등을 조사중”이라며 처음으로 명단입수 사실을 공식적으로 시인했다.

정사장이 검찰에 출두한 것은 지난달 25일. 검찰 관계자는 당시 “정사장이 불법대출이나 사설펀드 운영과 관련해 자료를 제출한 것은 없다”고 전했다.

따라서 당초 이경자(李京子·56)씨의 사기행각에 놀아났다고 주장하던 정사장이 정반대로 입장을 바꿔 자신과 정치인의 유착관계를 나타내는 자료일 수도 있는 펀드 투자자 명단을 제출한 데 대해 설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정사장이 검찰에 대한 협박 또는 협상용으로 명단을 이용하려 했다는 분석이 있다. 여권 실세 연루의혹을 드러내 검찰수사에 압박을 가하거나 명단을 폭로하지 않는 조건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으려 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일부에서는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의 음모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최근 “정의원이 정사장을 검찰에 출두하기전인 지난달 21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만났다”며 이들이 투자자 명단공개를 놓고 사전교감을 갖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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