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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0월 31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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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관 종업원 신모씨(30)는 “오후 3시50분경 장씨가 묵고 있던 방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어 들어가 보니 장씨가 화장실 수건걸이에 나일론줄로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다”며 “장씨는 30일 오후 10시경 넥타이를 맨 채 감색 양복을 입고 혼자 와서 투숙했다”고 말했다.
장씨가 숨진 방에는 가족들에게 보내는 유서 3장과 평창정보통신 주식을 매입하게 된 경위에 대한 설명서 3장 등 대학노트 6장 분량이 장씨의 금감원 신분증과 함께 놓여 있었다. 가족 앞으로 된 유서에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내용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발견될 당시 회색 셔츠와 감색 바지를 입고 있었으며 숙박부에는 자신의 이름을 쓰지 않았다. 여관방에는 빈 소주병 1개와 따지 않은 소주 한 병이 놓여 있었다. 장씨가 목을 맨 나일론줄은 밖에서 준비해간 것으로 보여 경찰은 장씨가 여관에 들어가기 전 이미 자살을 결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1일 장씨의 시신을 부검키로 했다.
장씨는 이에 앞서 동방금고 불법대출비리에 대한 금감원의 발표가 있은 지 이틀후인 23일 검찰에 고발되기 직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집에서 나가 종적을 감췄다.
장씨의 자택인 K아파트 역시 가족들이 모두 집을 비운 채 그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장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경비원에 따르면 장씨는 23일 오전 8시경 정장차림으로 출근한다며 자신의 포텐샤 승용차를 타고 나갔다는 것.
장씨는 금융감독원 비은행검사국장 재직 시절 이경자(李京子) 동방금고 부회장 등의 로비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3월 분쟁조정국장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다 9월 인사에서 보직해임돼 금융연수원에서 연수를 받던 중이었다.
장 전국장은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으로부터 주식투자 손실보전분으로 3억5900만원을 받은 자신의 혐의 외에도 3월14일 분쟁조정국장으로 옮기기 전까지 금고검사와 관리를 담당한 주무국장이었다는 점에서 동방금고 불법대출 및 정관계 로비의혹의 실체를 규명해줄 핵심인물로 꼽혀왔다.
<이현두·최호원기자>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