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금 불법대출]'정현준 게이트' 등장인물 총정리

  • 입력 2000년 10월 25일 19시 01분


‘불법대출사건’에서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비화되고 있는 동방(서울) 대신금고(인천) 사건에는 등장인물이 많다. 그러나 통상의 권력형 비리사건처럼 등장인물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사건의 실무총책으로 통하는 유조웅 동방금고 사장은 21일 미국으로 도피했다.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56)〓금감원은 이번 사건을 ‘주주들이 고용 사장을 앞세워 신용금고에 맡긴 고객 돈을 마음대로 빼다가 쓴 일’로 파악하고 있다. 그 핵심에 이부회장이 있다는 것. 금감원도 이부회장의 것으로 보이는 차명계좌 21개를 찾아 실제 주인을 쫓고 있다. 그러나 이부회장이 자신의 명의로 통장을 만들지 않았고 가차명을 이용해 사실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부회장은 명동에서 ‘글로벌 파이낸스’라는 사채회사를 통해 큰돈을 번 ‘큰손’. 99년5월에 대신금고를, 99년10월에 동방금고를 인수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며 제도권에 진입했다. 동방금고 직원들은 “이부회장의 방에는 매일같이 사채업자 유사금융업체 관계자 등이 드나들었다”며 “이부회장이 금고업무를 좌지우지했다”고 말한다. 24일부터는 언론접촉을 피하고 있다.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KDL) 사장(32)〓98년3월 이 부회장으로부터 빌린 1억3000만원으로 KDL을 인수한 뒤 ‘한국의 손정의’로 불릴 정도로 기업인수합병(M&A)에 두각을 나타냈다. 이부회장과 함께 동방 및 대신 금고를 인수했다. 3년여 만에 거느리고 있는 기업은 무려 20개.

8월말 장외기업인 평창정보통신을 공개매수해 지주회사인 ‘디지탈홀딩스’ 설립을 추진하다 자금난에 휘말려 이번 사건으로 비화됐다. 부산고와 고려대 경영학과(86학번)를 졸업. 98년 KDL의 M&A 중개를 맡으면서 KDL 감사로 취임했다. 이부회장은 이때 처음 만났다. 금감원은 정사장이 제3자 명의로 금고자금 637억원을 불법대출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5일 거듭 밝혔다.

▽장래찬 금감원 전 국장(52)〓이번 사건에서 이부회장이 정관계에 로비할 때 연결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장 전국장도 잠적 사흘째인 25일 “3억5000만원 어치의 평창정보통신 주식을 산 뒤 주가가 폭락해 원금을 돌려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전화로 알려왔다.

지난해 12월 대신금고에서 자기자본보다 63%나 많은 34억원을 대주주에게 대출한 것을 적발했을 때 이수원 사장(당시 전무)에 대한 징계를 해임권고에서 정직 2개월로 낮춰줬다. 장 전 국장은 재부무와 신용관리기금에서 신용금고업무를 20년간 맡았다. 금감원이 출범한 뒤 신용금고 담당인 비은행검사1국장으로 근무했다. 박준영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의 조카사위로 확인됐다.

▽유조웅 동방금고 사장(56)〓이부회장의 손발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것이 금고직원들의 한결같은 증언. 조흥은행을 거쳐 신한은행 지점장을 지낸 그는 96년 동방금고 이사로 합류했다. 금감원의 1차 검사 발표가 있었던 21일 미국으로 도피했다.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의 세밀한 내용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동방금고에 대한 특검에 착수한 지난 14일부터 유사장이 출근하지 않았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도피를 방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수원 대신금고 사장(44)〓신용금고와는 관계가 없는 성수섬유와 남전물산에서 일하다 지난해 5월 대신금고 전무로 입사했다. 이는 정사장 등이 인수한 뒤의 일. 99년12월 출자자 대출 등으로 해임권고를 받았으나 3개월 뒤인 2000년3월에 정직 2개월로 낮춰진 뒤 5월8일 사장에 취임했다.

▽기타 조연〓이부회장의 운전기사 강모씨, 글로벌파이낸스의 이사 출신으로 현재 신양팩토링의 이사인 원모씨, 동방금고와 대신금고의 2대주주인 김선호씨, 이부회장이 동방금고 상임고문으로 영입한 김모 변호사(3선 의원), 통일부 대변인을 지낸 안전기획부 출신의 강모씨 등도 이번 사건의 조연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장국장의 고등학교 동기인 청와대 실세도 거론되고 있다.

<홍찬선·김승련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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