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예산 요지경]육군대위 34억 빼돌려 주식투자

  • 입력 2000년 10월 18일 18시 44분


육군 대위가 수십억원의 국방예산을 빼돌려 주식투자를 하는가 하면 군 당국이 억대 외제차를 잘못 들여와 예산을 날린 사실을 국방부가 그동안 쉬쉬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18일 국방부가 한나라당 강창성(姜昌成)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육군 ○○부대 김모대위는 작년 12월 정화시설 공사비를 지급하면서 예산에서 3억원을 더 빼내 자기 계좌로 입금시켰다. 이후에도 그는 같은 수법으로 4억∼10억원씩 모두 34억원을 인출해 주식 투자를 했다. 김대위는 단타매매로 차익을 챙기고 원금은 국고에 다시 넣는 식으로 범행을 계속했으나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바람에 덜미를 잡혔다. 그 사이 그가 날린 돈은 모두 7억원.

국방부는 97년10월 조달본부를 통해 미국 알파인사에 캐딜락 리무진 오픈카 한 대를 주문했다. 건군 50주년인 98년 국군의 날 행사에 대통령이 타는 무개차로 쓰기 위해서였다. 대금은 1억2769만원.

그러나 배달된 차량을 점검해보니 점검대상 27개 부품 중 무려 20개가 기능불량이었다. 점검팀이 부랴부랴 조달본부에 잔금 지급을 하지 말라고 공문을 보냈지만 조달본부는 이를 무시했다. 알파인사는 한 술 더 떠서 ‘차량 수리의무가 없다’며 수리비(3000만원)도 국방부에 떠넘겼다.

결국 국방부는 이 억대의 외제차를 시동 한 번 걸어보지 못한 채 2년 동안 창고에만 보관하고 있다가 올해 8월 수리를 위해 미국으로 보냈다. 운송비용 1400만원도 국방부가 부담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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