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호텔 허가 취소 요구 전국 확산

  • 입력 2000년 10월 5일 18시 33분


“우리도 러브호텔 허가를 취소해 주세요.”

경기 부천시가 중동 신도시 내에 건설 중인 러브호텔 두 곳에 대한 신축허가를 취소키로 결정하면서 인근 고양시 일산, 성남시 분당 등 신도시는 물론 인천 대구 부산 등의 지역에서도 이를 요구하는 등 ‘러브호텔과의 전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주민들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 않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부천시 정찬일(鄭燦一·45)건축정책팀장은 “러브호텔 허가취소 결정 이후 전국적으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 주민들이 50여 통의 문의전화를 해왔다”고 5일 밝혔다.

대구YMCA 등 대구 지역 14개 시민단체 대표와 주민 등 300여명은 이날 수성구 황금 2동 주택가에서 ‘주거 및 교육환경 지키기 시민 행동시작 선포식’을 열었다. 이들은 “주택가에 신축 중인 러브호텔 및 룸살롱 건축허가의 즉각 취소와 신규 영업허가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해 줄 것”을 대구시와 관할 수성구청에 요구했다. 이들은 선포식을 마치고 수성구 주택가의 한 러브호텔 앞에 ‘유흥업소 불법영업 및 이용자 감시초소’를 설치한 뒤 부근을 ‘그린 존’으로 선포하고 가두 캠페인을 벌였다.

부산 강서구 명지동 23개 통장들은 “농촌지역인 강서구가 러브호텔 밀집촌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며 러브호텔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만덕동 주민들은 “등산로와 학생들의 소풍장소에 러브호텔들이 들어서 청소년 정서를 해치고 있다”며 최근 러브호텔 건축 반대 진정서를 구청에 제출했다.

성남 분당 신도시의 경우 금곡동 청솔마을, 정자동 상록마을 느티마을, 구미동 까치마을 등 14개 단지 1만여 세대 주민들은 이달초부터 러브호텔 건축 반대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여 현재 4500가구의 반대 서명을 마쳤다. 이들은 다음주 초 성남시 건교부 청와대에 러브호텔 건립 저지 및 허가취소를 위한 청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고양시 러브호텔 및 유흥업소 난립 저지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합법적인 절차라 하더라도 공익적 가치를 우선해 허가취소 결정을 내린 부천시의 결단을 환영한다”며 “아직도 법 절차 운운하는 고양시의 태도 전환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은 일산 신도시 내 러브호텔의 3분의 2 가량을 설계한 고양시 D설계사무소와 서울 K설계사무소에 대해 최근 압수수색을 벌여 인허가 과정에 관여한 이들 사무소가 불법행위를 저질렀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5일 밝혔다.

검찰은 또 대한건축사협회 고양지부에 대해서도 러브호텔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조사를 벌이는 한편 신도시 내 러브호텔 소유주 등을 상대로 인허가 과정과 세무 등 광범위한 분야에 대해 불법이 있었는지를 조사 중이어서 러브호텔 문제는 결국 수사 대상에까지 오르게 됐다.

<인천·대구·부산〓박정규·정용균·조용휘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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