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圈, 경제-사회 총체적 위기 수습안 내야"

  • 입력 2000년 9월 18일 19시 08분


유가 폭등과 주가 폭락 등 경제 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각종 의혹 사건으로 민심 불안이 심각한데도 이를 수습해야 할 정치권은 정쟁(政爭)에만 몰두해 비판 여론이 뜨겁다.

여야는 특히 9월1일 정기국회가 개회됐는데도 추경예산안 등 각종 민생안건 심의를 외면한 채 연일 파행정국에 대한 책임 공방만 거듭하고 있어 “정치가 경제와 사회의 불안을 부추긴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총체적 위기〓각계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총체적 위기로 진단했다. 작년 말 정부의 외환위기 극복선언이 무색하게 제2의 경제위기설이 무성하고,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 등으로 국민적 신뢰가 바닥 상태인데다 남북관계의 급속한 진전에 따른 보수 진보세력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심화돼 사회 전체가 뒤숭숭하다는 것.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손봉숙(孫鳳淑)이사장은 18일 “추석 때 시골에 가서 정말로 민심이 떠나고 있는 것을 실감했다”면서 “정부 여당에서 무엇인가 수습안을 내놓아야 할텐데, 상황인식이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나서라〓위기 수습을 위해선 결국 정부 여당이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다. 무엇보다 야당과 같은 눈높이에서 책임 공방만 반복할 게 아니라 넓은 시각에서 야당의 요구를 수용해 정국을 정상화하는 데서부터 문제 해결의 단초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또 특정 현안에 대한 기존 입장을 수정하면 권력누수가 가속화되기라도 하듯 ‘버티기’로 일관하지 말고 그때 그때 적절한 대안을 모색하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제언도 많았다.

고려대 함성득(咸成得)교수는 “대통령이 우선 민주당의 당직개편을 통해 분위기를 쇄신하고 한빛은행 사건 관련자들을 퇴진시켜 민심을 수습한 뒤 재벌과 금융구조개혁을 가속화해 외국 투자자들의 신뢰를 하루빨리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 해결하라〓현재 국회에는 모두 76건의 안건이 계류 중이다. 이 중에는 금융지주회사법안과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에 관한 법, 최저임금법개정안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안건이 여럿 포함되어 있다. 프라피룬, 사오마이 등 최근 잇따른 태풍 강습에 따른 농어민 피해 구제를 위한 추경예산도 시간을 다투는 주요 안건이다.

경실련 이석연(李石淵)사무총장은 “헌법은 국회의원이 당리당략(黨利黨略)이 아닌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도록 규정(46조2항)하고 있다”면서 “여야는 더 이상 헌법을 위반하지 말고 하루빨리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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