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銀 불법대출 재수사]'외압'등 핵심규명 미지수

  • 입력 2000년 9월 15일 18시 54분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 검찰 내부에서조차 수사 미진을 지적하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이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수사하는 자세로 외압 의혹 등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15일 이 사건을 재수사하겠다고 밝혀 지금까지의 자세와 달리 약간의 변화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검찰의 이런 방침은 중간수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의혹의 해소는커녕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각종 의혹과 비판이 증폭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의 ‘재수사 방침’은 제한적이고 소극적인 것이어서 외압 의혹과 대출금의 향방 등 사건의 핵심을 명확히 규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철저한 재수사 촉구〓이 사건 수사를 지휘해온 서울지검 홍석조(洪錫肇) 제2차장은 15일 “수사에 부족한 부분이 있어 전반적으로 다시 되짚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수사의 성격에 대해 홍차장은 “중간 수사결과 발표 이후의 후속 조치”라며 일정한 선을 그었고 대검 고위관계자도 “전면 재수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도 다시 비판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 중간 간부는 “외압 여부가 의혹의 핵심인데 이를 어떻게 다룰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수사팀이 1차 수사에서 이수길(李洙吉) 부행장 등 논란의 대상이 된 인물들에 대해 충분히 추궁하지 않아 의혹이 커졌다”며 “추가 수사에서는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간부도 “신창섭(申昌燮·48·구속기소) 전 한빛은행 관악지점장의 불법대출 동기에 대해서는 우리 내부에서도 충분히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부분도 명쾌하게 해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14일 김각영(金珏泳)검사장이 주재한 부장검사 이상 간부 30여명이 참석한 서울지검 확대간부회의에서는 이번 수사의 미진했던 부분과 향후 보강수사 방향 등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일부 간부는 한빛은행 본점 감사팀이 과다대출 징후를 포착하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계획〓홍차장은 “앞으로의 수사는 관악지점 감사와 관련된 한빛은행측의 조치와 불법 대출금의 사용처, 신용보증기금 대출보증 압력 의혹 등 세 부분에 초점을 맞춰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차장은 이어 “감사관련 부분과 대출금 사용처에 대해서는 조사부 검사 6명 전원을 투입해 보강수사를대폭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1월과 4월 관악지점에 대한 감사과정에서 과다대출 징후를 포착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것으로 드러난 한빛은행 검사실 관계자를 이날 재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또 이날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朴惠龍·47·구속)씨와 A엔터테인먼트사 관계자를 불러 불법대출금의 사용처를 집중 추궁, “신창섭전지점장과 박씨가 A엔터테인먼트사 지분을 나눠 갖기로 하고 불법대출금을 이 회사에 공동 투자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검찰수사의 핵심 쟁점과 지적사항
사 건쟁 점중간수사결과지적 사항재수사해야할 부분
한빛은행 불법대출전 관악지점장 신창섭씨의 대출 동기기존 대출금 회수 목적, 아크월드의 사업전망이 좋다고 판단지점장 개인이 결정하기에 대출액이 너무 크고 대출 사례금이 그에 비해 턱없이 적다대출 동기 상세 규명, 신씨가 대출액 중 유용한 부분 자금추적
은행 본점이 1월 감사시 과다대출에 대해 무조치본점 검사역이 대출금 회수 가능하다고 판단, 본점 간부들에게 보고하지 않았음 본점에 보고하지 않기엔 기존 대출금의 액수(198억원)가 너무 크다 은행 관계자들 재소환조사
이수길 부행장의 압력행사압력을 행사했다는 증거 없음신씨가 1월 이부행장으로부터 ‘아크월드를 도와주라’는 전화 받았다는 진술의 진위여부 확인 필요이부행장 재소환 조사
대출금 사용처관련업체 장부 조사결과 대부분 대출금 상환과 회사운영자금 등으로 사용된 사실 확인 대출액이 실제로 어디에 사용됐는지 확인해야, 정치자금 유입설도 있음계좌 추적
신용보증기금 대출보증 외압 의혹전 영동지점장 이운영씨가 박지원장관과 보증기금 고위직 인사들이 압력 행사했다고 주장 이씨에 대해 개인비리 혐의 조사한 뒤 외압 의혹 부분 수사할 계획이씨가 사직동팀의 조사를 받는 등 정치권이 개입한 의혹 짙음검찰 수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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