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銀 불법대출 새 의혹]"이수길부행장이 대출압력"

  • 입력 2000년 9월 3일 23시 04분


갈수록 의혹을 더해가고 있는 한빛은행 거액 불법대출 사건에서 이수길(李洙吉·55)한빛은행 부행장이 수사의 실마리를 쥔 새로운 인물로 부각됐다.

이 부행장은 이 사건의 중심인물인 한빛은행 전 관악지점장 신창섭씨(48·구속), 건축자재 수입업체인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朴惠龍·47·구속)씨와 불법대출과 관련해 전화 통화를 하거나 만났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부행장은 또 이 사건과 관련해 외압의혹을 받고있는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과도 세차례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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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행장과 신씨의 통화여부▼

이 부행장과 관련해 검찰이 풀어야할 의문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올해 1월 이 부행장과 신씨가 통화를 했는지, 더 나아가 이 부행장이 대출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검찰은 이 부행장이 올해 1월 관악지점에 대한 본점의 감사가 끝나갈 무렵 당시 신지점장에게 전화를 걸어 “아크월드가 정상화되도록 도와주라”는 말을 했다는 신씨의 진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이 2일 새벽 이 부행장과 신씨를 불러 대질신문을 벌인 결과 이 부행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신씨는 “이 부행장의 전화가 없었다면 부당대출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검찰의 신문에 “그렇다”고 진술, 이 부행장의 압력이 불법대출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만약 신씨의 진술대로 통화 내용이 사실일 경우 누가 이 부행장에게 외압을 행사했는지를 검찰은 밝혀내야 한다.

이에 대해 이 부행장은 “설사 신씨의 기억이 맞는다 해도 ‘무조건 도와주라’는 취지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불법대출과 무관함을 강조했다.

▼이 부행장이 박씨를 만난 이유▼

관악지점에 대한 본점의 특별감사가 시작된 8월10일 이 부행장이 직접 박혜룡씨를 만나고 그후 2차례 신씨와 통화한 사실은 이 부행장도 인정하고 있지만 쉽게 납득이 안가는 대목이다.

검찰 조사결과 당시 신씨와 이 부행장은 8월10일과 11일 2차례 통화했고, 8월12일 신씨가 본점에 호출돼 이 부행장과 면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행장은 “박씨가 ‘박지원 장관의 조카’라며 간곡히 요청해서 만났더니 감사를 늦춰달라고 했다”며 “그러나 신지점장에게 곧바로 ‘감사와 채권회수가 무슨 상관이냐. 채권회수에 전념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박씨가 이 부행장을 만나 박장관을 거론하며 단순히 부탁을 했는지, 아니면 두 사람이 만나는 과정에 제3자가 개입했는지가 확인돼야 한다.

▼박장관-이 부행장 통화한 이유▼

검찰은 이 부행장이 올해 3∼5월 박장관과 세차례 전화통화했다는 이 부행장의 진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부행장이 대출과는 무관한 통화였다고 주장한다”며 “통화 내용에 대한 조사도 마쳤지만 사적인 대화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장관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박혜룡씨가 불법 대출을 받고 있던 시점에 대출을 한 은행의 부행장이 박장관과 통화를 했기 때문에 둘 사이에 오간 정확한 대화 내용이 밝혀져야 의혹이 불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건·이정은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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