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룡씨 소환…대출 외압의혹 집중조사

  • 입력 2000년 8월 30일 18시 35분


한빛은행 거액 불법대출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조사부(곽무근·郭茂根부장검사)는 30일 건축자재 수입업체인 아크월드사 대표 박혜룡(朴惠龍·47·구속)씨의 동생 현룡(賢龍·40·전 대통령 공보수석실 행정관)씨를 소환해 대출금의 사용처와 외압의혹 부분에 대해 집중조사했다.

검찰은 문제의 대출금이 현룡씨가 청와대에서 나온 뒤 설립한 P&A 캐피탈의 설립자금으로 쓰였다는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이 회사 대주주인 김모, 유모씨를 31일 오전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또 한빛은행으로부터 250여억원을 편법 대출받아 이중 상당부분을 혜룡씨에게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전기 기자재 업체 S사 대표 민백홍씨도 30일 조사했다.

검찰은 현룡씨가 불법대출을 강압적으로 요구했거나 청탁한 혐의가 드러나면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혜룡씨 형제가 지난해 3월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에 15억원의 대출보증을 요구한 뒤 이를 거부한 당시 지점장 이운영(李運永)씨가 경찰청 조사과(사직동팀)에 의해 ‘청부수사’를 당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직동팀도 조사키로 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이씨가 사직동팀의 청부수사 의혹을 제기한 만큼 이씨를 조사했던 사직동팀 관계자들을 불러 수사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라며 “사직동팀 관계자들의 위법행위가 드러나면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아크월드사 등 3개 회사가 한빛은행 관악지점으로부터 불법대출받은 총액은 463억원이 아닌 100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대출 사건을 조사한 한빛은행 본점 검사부 관계자는 “박씨는 2월부터 빌린 돈을 새로 대출받아 갚았지만 6월21일 이후로는 463억원을 변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은행권에서는 박씨가 6월말 이후 1개월반 동안 463억원을 대출받았다면 2∼8월의 6개월간 대출규모는 1000억원을 초과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검사부 관계자는 박씨가 6월21일 이전에 대출받은 뒤 갚은 금액이 얼마인지는 밝히기를 거부했다.

한편 구속된 한빛은행 신창섭 전 지점장 이전에 혜룡씨에게 돈을 대출해준 박모 전 관악지점장은 검찰 조사에서 “혜룡씨가 ‘박지원 청와대 공보수석의 조카’라고 소개해 ‘배경이 좋으니 회사가 잘 될 것’으로 생각은 했지만 외압이나 청탁은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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