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銀 편법대출수사 과제]정관계 외압여부 규명에 초점

  • 입력 2000년 8월 25일 23시 05분


25일 한빛은행 거액 편법대출사건으로 구속된 신창섭 전관악지점장(48)은 “A사 대표 박모씨 등이 이미 대출한 200억여원을 갚지 못하고 있어 대출금 회수 차원에서 편법 대출을 했다”고 주장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신 전지점장은 검찰 조사에서 “대출 과정에서 외부의 압력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빛은행은 “조사결과 신 전지점장이 독자적으로 편법대출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는 신 전지점장이 2월부터 6개월간 400억원대에 이르는 거액을 대출해 주는 일을 혼자의 결정으로 했겠느냐 하는 의문이 여전히 남는다.

결국 구속된 신 전지점장과 김영민 전대리(35), 25일 소환된 박씨와 편법대출을 받았던 또 다른 업체대표 이모씨 등 2명에 대한 검찰의 향후 수사는 △정관계 및 재계 인사 등의 외압여부 △대출 과정에서의 금품제공 및 수수 △대출금 사용처 등에 초점이 맞추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소환된 박씨와 이씨를 상대로 신 전지점장으로부터 불법 대출을 받으면서 금품을 제공했는지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구속 수감된 신 전지점장과 김 전대리를 상대로 외부 인사의 대출 압력부분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이 개인적으로 커미션을 받고 발목이 잡혀 무리한 대출을 계속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당초 이 사건은 A사 대표 박씨가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 장관의 ‘조카’라고 주장하고 다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거액대출에 박장관의 ‘작용’이 있었는지에 관심이 모아졌었다.

그러나 검찰은 박씨가 박장관과 ‘지연(地緣)’이 있다는 점을 이용해 친척관계를 사칭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사자인 박장관은 이에 대해 “문제된 사람은 굳이 촌수를 따지자면 35촌쯤 되는 먼 친척인데다 평소 연락이나 교류가 전혀 없었다”면서 “은행대출과 관련해서도 부탁을 받거나 청탁을 한 적이 결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향인 전남 진도에는 밀양 박씨가 전체인구의 40%나 되며 문중인사 중에서 나를 팔고 다닌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면서 “이번에도 나와 가까운 친척인 것처럼 행세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검찰이 철저히 수사하면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박씨를 상대로 박장관과의 친척관계를 사칭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박씨는 검찰에서 “박장관과는 조카뻘이 되는 먼 친척”이라며 “친척이라고 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한편 한빛은행 한기철(韓奇哲)상무는 “이번 사건을 본점이 밝혀내 고발한 것은 편법대출에 본점이 개입되지 않았다는 하나의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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