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8·15경축사 내용]"민족화해 흐름타고 세계로"

  • 입력 2000년 8월 14일 19시 58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광복절 제55주년 경축사에서 한민족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뒀다. 새 천년 첫 광복절이라는 시의성(時宜性)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남북정상회담 이후 급류를 타기 시작한 민족화해의 흐름을 민족번영의 전기로 삼고자 하는 김대통령의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경축사의 화두(話頭)는 ‘세계 속의 한반도시대 개막’. 김대통령은 이를 위해 △지식정보강국 건설 △남북화해협력 실현을 한민족의 역사적 소명으로 꼽았다.

김대통령은 남북협력을 통해서 경의선과 경원선을 복원해 두 갈래 ‘철(鐵)의 실크로드’를 건설하면 한국은 ‘해양에서 대륙으로 진출하는 거점, 대륙에서 해양으로 나아가는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의 주변국가에서 세계의 중심국가로 도약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대통령은 이같은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민족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강조했으며 한반도시대의 실현은 “우리가 능히 이룰 수 있는 내일의 모습”이라고 역설했다.

김대통령은 구체적인 과제로 △모범적인 민주주의국가 건설 △금융 기업 공공 노사 등 4대 개혁 완수 △생산적 복지의 정착 △국민의 대화합 실현 △민족상생의 시대 실현 등 다섯 가지를 들었다.

김대통령은 또 남북장관급회담을 통한 군사 경제 사회문화 분야의 3개 공동위원회 구성 등 진일보화한 남북관계 개선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김대통령이 4대 개혁을 취임 3주년이 되는 내년 2월까지 완성하겠다고 1차 개혁 완성시한을 밝힌 것은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나아가 ‘집단이기주의 엄중 대처’ 방침을 밝힌 것은 ‘의료대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반미감정의 확산을 경계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국내정치에 대해서는 “실로 민망하기 짝이 없는 현실”이라며 ‘속수무책’임을 토로했다. 다만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각 정당의 대표와 만나 국사를 논의할 것”이라며 여야 영수회담을 통한 돌파구 모색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

역대 대통령의 주요 8·15경축사
대통령 내용
박정희△자주 자립 자위의 민족주체성을 토대로 민족의 운명 개척,
비적대국과는 상호 유대 협력관계 촉진(1971년)

△남북간 불가침협정 체결, 남북간 대화의 성실 진행,
자유총선거 통한 통 일정부 수립 제의(1974년)

전두환 △공산권 동포에 문호개방(1982년)
노태우△남북한 당국 최고책임자 회담 제의(1988년)
△‘자주 평화 민주’ 통일 3원칙 발표(1989년)
김영삼△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3대 원칙 제시(1995년)
김대중△정경유착 청산 등 6대 국정과제 제시,
남북 상설대화기구 제의(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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