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比지점장, 실종 4일만에 피살체 발견

  • 입력 2000년 7월 31일 19시 27분


지난달 27일 실종됐던 아시아나항공의 필리핀 마닐라 지점장 김경한(金庚漢·41)씨가 실종 4일 만인 31일 오전 마닐라에서 40㎞ 떨어진 타알비스타 호텔 주차장에서 살해된 채로 발견됐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이날 필리핀 경찰로부터 김씨의 승용차로 보이는 차 안에서 시신을 발견했다는 연락을 받고 가족 및 한국대사관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현장에 가 본 결과 김씨임을 확인했다는 것.

김씨는 자신의 싼타모 왜건 뒷좌석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약간 부패된 채 발견됐다.

김씨는 27일 오후 “외국 항공사 직원들과 골프를 치러 간다”고 나간 뒤 실종됐으며 그동안 납치와 개인적 잠적 등 구구한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김씨는 실종되기 전 서울에 있는 형에게 “빚을 준 사람이 독촉한다”는 전화를 해 개인적 원한 관계에 의한 피살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5억원 정도의 빚을 지고 있었으며 이 중 1억5000만원 상당의 채무는 실종된 27일이 변제기일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현지 경찰은 김씨의 채권자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으며 국가수사국, 대통령 직할 조직범죄 수사관 등이 수사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27일 그가 간다던 인트라무로스 골프장에서 골프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김씨의 휴대전화 발신지 내용을 추적한 결과 28일 오후 2시20분경 마닐라 파나냐케시 ‘BF HOMES’ 주택 단지 내 한 집으로 전화한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이에 따라 김씨가 28일 오후 3시경 문제의 집에 방문한 사실까지 확인했으나 이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경찰은 또 김씨가 평소 자주 찾았던 모술집의 여종업원과 28일 오전 1시경까지 함께 술을 마신 것도 확인했다.

김씨는 부인 이미향씨(36)와 딸 민영양(9), 아들 태영군(5)과 함께 마닐라에서 거주해왔으며 유족은 현재 현지에 머물고 있다.

김씨는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에서 근무하다 89년 12월 아시아나항공에 경력사원으로 입사했으며, 98년 7월 마닐라 지점장으로 파견됐다.

▽김씨 본가〓김씨의 부모가 살고 있는 서울 도봉구 창동 주공아파트 1909동 805호는 날벼락 같은 아들의 피살 소식으로 충격에 휩싸였다. 뒤늦게 아들의 피살 사실을 전해 들은 김씨의 아버지 김석진씨(76)는 “그럴 리가 없다.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믿을 수 없다”며 오열했다.

김씨의 매제 김완서씨(37)는 “부모님들이 현지에 가고 싶어하지만 건강상 내가 대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락을 받은 김씨의 형 제한씨(49)는 이미 30일 아시아나항공편으로 마닐라로 출발했다.

<신연수최호원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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