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사 첫시험 9만여명 몰려…시험장소 확보 비상

  • 입력 2000년 7월 25일 19시 38분


올해 처음 실시되는 전자상거래사 자격증을 따기 위한 열풍이 거세다.

대한상공회의소 김송백(金松柏·43) 검정기획팀장은 요즘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다. 9월 실시되는 1회 전자상거래사 시험에 무려 9만3000여명이 몰려들었기 때문. 시험 책임자인 그는 준비에 여념이 없다.

정부가 인터넷거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전자상거래사 자격증을 신설했을 때만 해도 이 정도의 열풍이 불어닥치리라고는 그도 미처 예상치 못했다.

이달초 필기시험 원서를 접수하면서 김팀장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2만명 정도 응시할 줄 알았는데, 첫날부터 예상이 빗나가더라고요.”

접수창구 앞에 늘어선 줄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사흘간 원서를 받아놓고 보니 쌓인 원서는 당초 예상보다 무려 4배 반.

당장 11월 실시되는 2차 실기시험 장소 물색에 비상이 걸렸다.

실기시험에 필요한 컴퓨터 등 시설을 갖춘 장소는 아무래도 대학교밖에 없는데 전국의 모든 대학교를 빌려도 수용 가능한 인원은 1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시험을 제대로 치르려면 1차 시험에서 8만3000명을 ‘잘라야’ 하는 상황. 그래서 요즘 수험생들 사이에는 주최측이 시험문제를 당초 계획보다 어렵게 낼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김팀장은 이런 소문에 대해 손사래를 치면서도 “시험장소 구할 생각을 하면 걱정이 태산”이라고 털어놓았다.

전자상거래사 자격증을 놓고 최근 불어닥친 열풍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신세대 예비취업생, 직장에서 인터넷 사업부로 진출하려는 샐러리맨, 부업을 찾는 주부에 이르기까지 열풍은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상에는 ‘전자상거래사 준비 동호회’까지 여럿 결성돼 정보교환을 하고 있으며 전자거래협회 생산성본부 등이 연 강좌에는 수강생들이 몰려들고 있다.

대학생 김정식(金正植·S대 4년)씨는 “학교내에 스터디 그룹을 짜서 공부하는 팀들이 꽤 된다”면서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전자상거래사 자격증이 마치 ‘취업 필수항목’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단국대 750명 연세대 300명 등이 집단으로 원서를 내기도 했다.

회사가 인터넷 분야 진출을 준비하는 것에 맞춰 시험에 도전한 직장인 이태선(李泰宣·26)씨는 “자격증을 따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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