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복권 6개월 뒷얘기…福 부른 카드결제

  • 입력 2000년 7월 25일 19시 09분


경기 안양시에 사는 김진수씨(가명·55세)는 국세청 덕을 톡톡히 보았다. 3월의 일이다. 금지옥엽으로 키워온 외동아들이 대학에 합격했다. 문제는 등록금. 외환위기때 실직해 공공근로를 하고 있던 김씨로서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입학금과 등록금을 조달하기 어려웠다. 이 때 국세청이 나타났다. 카드 복권에 당첨됐다며 1000만원을 준 것이다.

카드복권은 카드사용을 늘리기 위해 국세청이 2월 도입했다. 이 달로 6개월째를 맞는다. 이 기간에 많은 사연이 생겨났다. 김씨처럼 자녀 학자금을 마련한 것은 흔한 예이다. 수술비가 없어 죽어가다가 복금으로 생명을 건진 사례도 있다. 한평생 쌓인 빚을 한 번의 당첨으로 모두 해결한 행운아도 있다.

카드복권은 이처럼 국민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정착되고 있다. 국세청이 당초 목표로 했던 카드사용 확산은 당국자들도 놀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올 상반기 신용카드 사용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배 이상(33조6911억원)늘었다. 부가가치세 1조원, 소득세 1조원 등 2조원 이상의 세수 증대 효과도 거뒀다. 국세청 개청 이래 ‘최고의 아이디어’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이 제도는 국민의 생활 풍속도 바꾸고 있다. 한 그릇을 먹고도 신용카드를 내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카드로 결제를 해 달라는 고객과 현찰로 내라는 업소간의 싸움도 잦아졌다.

신용카드 영수증 추첨은 2월부터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공개 추첨된다. 그동안 55만건 16만명이 당첨돼 85억원의 상금을 탔다. 상위 당첨자 180명중 105명이 수도권에서 당첨됐고 연령별로는 20, 30대가 68%로 가장 많았다. 여성 당첨자는 28%(50명). 최고령 당첨자는 가맹점 4등(50만원)에 당첨된 89세의 남성이었고 최연소 당첨자는 가맹점 4등에 당첨된 21세의 여성이었다.특히 가맹점 중에서는 주유소(23개)와 음식점(13개)이 58%로 가장 많이 당첨됐고 e마트 마그넷 등 대형유통업체가 27개(15%)로 뒤를 이었다. 경기 고양시의 김모씨는 6등(1만원)에 모두 88건이 당첨돼 개인으로서는 최다 건수 당첨자가 됐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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