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캠페인 출발!교통선진국]이경실/새천년 교통예절

  • 입력 2000년 7월 24일 18시 47분


나는 89년 면허를 딴 뒤 본격적으로 운전을 하면서도 횡단보도 앞에 있는 선이 차량 정지선이라는 것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횡단보도 선에 딱 맞게 서야 운전 기술이 좋은 것으로 알던 무지한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이경규의 '양심냉장고' 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 차량 정지선을 꼭 지키려고 한다.특히 횡단보도 앞의 차량정지선은 꼭 지켜주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지키려고 해도 남들이 지키지 못하게 할 때가 있다.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에 있는 집에서 강남구 청담동의 미용실을 가기위해서는 강변북로를 타고 영동대교를 건넌다. 여기서 청담동을 들어갈 때 긴 횡단보도가 있다. 긴 횡단보도인 만큼 신호가 무척 길다. 어떤 때는 사람이 지나가지 않거나 저 멀리서 두 세 명 정도 걸어올 때가 있다. 그렇지만 나는 건너는 사람들에게 불안을 주기 싫어 꼭 신호가 바뀔 때까지 기다린다.

그러나 뒤에 서있는 차들이 가만 두지 않는다. '사람이 오지 않는데 왜 가지 않느냐'며 경적을 울리는 것은 예사다. 내 뒤에서 빠져나와 차를 옆으로 대고는 눈을 흘기거나 아예 창문을 내리고 욕설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한때는 나도 창문을 내리고 '파란 불인데 왜 가느냐'며 맞대응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전혀 무시하고 그대로 서 있다. 아무리 떠들어봐야 입만 아프고 기분만 상하기 때문이다. 보행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라. 차들이 막 앞으로 나가기 시작하면 마음이 급해져 괜히 뛰어건너게 되고 또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횡단보도 정지선 만큼은 가능하면 지켜주는 것이 사고 예방은 물론 보행자를 위한 기초예절일 것이다.

이경실(개그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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