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구제역 희생 가축 '恨' 달랜다

  • 입력 2000년 7월 17일 22시 14분


구제역으로 희생된 가축들을 위로하기 위한 ‘축혼제(畜魂祭)’가 열린다.

충북 충주시는 올 4월 구제역이 발생해 가축들이 도축당한 신니면 마수리 신석마을에서 20일 오전 이시종(李始鍾)시장과 시의원 주민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축혼제와 축혼비(높이 1, 폭 0.5m) 제막식을 갖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시는 당시 이 마을 H씨의 한우 6마리가 구제역으로 판명되자 이들 한우를 포함해 주변 농가의 한우 110마리와 염소 21마리 등 모두 131마리를 강제 도축했다.

이번 축혼제는 구제역에 걸린 소와 이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도살된 가축들의 ‘한’을 달래기 위한 것.

이 마을 일부 주민은 가축들을 도살해 매장한 마을 뒷산에서 종종 소의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호소해왔다.

충주시 관계자는 “마을 주민들이 지난달 10일 구제역이 해제되기까지 이동제한 조치로 불편을 겪었고 일부 주민은 보상은 받았지만 자식같이 기르던 소를 죽여야 했다며 구제역 발생 농가와 갈등도 빚어 주민화합 차원에서도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약품 실험 등을 위해 멀쩡한 가축들을 희생시킬 수 밖에 없어 매년 축혼제를 지내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등의 자문을 거쳐 행사를 열 계획이다.

가축의 한을 달래는 행사인 만큼 제상에는 사료와 시루떡, 배추, 무, 과일, 막걸리 등을 올리지만 돼지머리 등 고기는 배제한다는 것.

또 분향은 하되 ‘사람이 동물에게 무릎을 꿇을 수는 없다’는 지역 유림 의견에 따라 절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이 마을 이장 이원윤씨(49)는 ‘그대들의 희생은 동료들의 안전을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음을 헤아려 달라. 주민들이 뜻을 모아 위령제를 마련했으니 부디 편안히 잠들라’는 내용의 진혼문을 낭독할 예정이다.

<충주〓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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