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政 대타협 가능성]"파국 막자" 양측 한발씩 물러서

  • 입력 2000년 7월 11일 01시 43분


자정 넘게까지 계속된 노정 3차 협상에서 정부는 금융노조의 요구 중 일부에 대해 ‘선물’을 제시함에 따라 협상 타결 가능성이 점차 높아졌다.

정부는 이날 금융구조조정의 대원칙은 흐트리지 않는 선에서 노조측이 요구한 일부 사안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 일단 실무협의를 도출해 냈다. 노조도 막판 파국은 막자는 의도에서 유연한 자세로 돌아서 일단 실무협의에서 최대한 노조측의 의견을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정부는 금융지주회사법이 금융구조조정을 위한 최선책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으나 노조는 금융지주회사법이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대규모 감원을 의미하기 때문에 3년간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이날 협상에서는 금융지주회사를 만들더라도 노조가 걱정하는 대규모 감원은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무슨 선물 갖고왔나〓정부가 일단 던진 선물은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빚어진 은행부실에 대해서는 정부가 일부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 대표적인 사안으로 은행권 종금지원 및 대러시아경협 지원으로 인해 은행권이 입은 부실을 정부가 빠른 시일내에 해소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조가 요구한 금융지주회사법 유보에 대해서도 최근 야당의원이 반대, 재무위 상정이 무산돼 물리적으로 연내 도입이 힘들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부는 협상에 들어가기 전 “협상 타결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해 협상 결렬 가능성을 높였지만 2시간 가량 협상 뒤 예상과 달리 실무회의 구성에 합의한 것.

▽노조측 입장〓노조는 연세대 등에 집결한 3만여 노조원의 힘을 등에 업고 정부를 압박하는 데 일단은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노조측은 실무협의에서도 그동안 주장한 금융지주회사법 유보를 강력히 밀어붙임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거두겠다는 전략이다.

일단 표면적으로 관치금융 타파를 요구해왔던 노조는 최근 파업 반대여론이 일자 이같은 전략 수정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실무협상에서 어느 정도 안이 나올지는 장담할 수 없으며 만약 정부가 기존 입장을 또다시 되풀이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혀 협상타결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최영해·박현진·김두영기자>witnes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