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政협상 뒷얘기]李재경 "파업탓에 외교결례" 씁쓸

  • 입력 2000년 7월 7일 18시 58분


은행 총파업을 앞두고 정부와 금융노조측은 노사정위원회의 중재로 서울 명동 은행회관 총회의실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쉬지 않고 협상을 벌였다.

이날 협상 테이블에는 김호진 노사정위원장과 정부측의 이헌재 재경부장관,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 등 4명과 노조측의 이용득 금융산업노조위원장과 윤태수 조흥은행노조위원장, 김양진 한빛은행노조위원장, 김정태 기업은행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은 협상시간보다 1시간 가량 먼저 은행회관에 도착, 협상준비를 했다. 이금감위원장은 오전 10시 정각 긴장된 얼굴로 회의장에 들어섰으며 기자들이 사진촬영을 위해 이용득 금융산업노조위원장과 악수할 것을 요청하자 “협상이 끝난 뒤에 하자”며 거절했다. 그러나 곧 이어 회의장에 들어선 이장관이 이금융노조위원장과 악수하자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점심시간에도 협상자들은 회의장 밖으로 나오지 않은 채 회의장에서 12시40분부터 1시20분까지 짬뽕, 자장면으로 점심식사를 마쳤다.

그러나 협상장에서 양측의 의견 개진은 활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노조측 관계자는 “이금융노조위원장은 시종일관 담배를 피우며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정부측에선 이장관만 이야기를 이끌어나갔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김호진 노사정위원장이 간간이 “이 만남이 정말 중요하다.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해야 한다”며 대화의 공백을 메워야 했다는 것. 그는 또 기자회견에서 발표할 내용에 대해서는 “이용근위원장이 다음에 만난다는 사실을 빼면 발표할 게 뭐가 있느냐고 말했다”며 이날의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