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協 찬반 투개표 표정]초반 '폐업지속' 우세에 긴장

  • 입력 2000년 6월 26일 01시 41분


25일 의료계의 폐업 철회 찬반 투표와 개표 과정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정부는 물론 집계를 하던 의사협회 집행부도 개표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찬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조마조마한 분위기였다.

찬반 투표를 앞두고 의협 김재정(金在正)회장과 신상진(申相珍)의권쟁취투쟁위원장은 각각 ‘의권쟁취 투쟁경과 보고’와 ‘회원들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미흡하지만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며 폐업 철회 쪽으로 분위기를 잡았다.

그러나 개표 초반 예상보다 ‘폐업 지속’ 의견이 높게 나오자 집행부는 신경이 곤두선 분위기였다. 실제 각 지역 의사회에서 인터넷을 통해 보고된 투표 결과를 기자들이 취합한 결과 오후 9시40분 현재 1만4000여표 중 폐업 지속이 철회보다 800표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나자 집행부는 “누가 그런 통계를 올리는지 모르겠다. 공식 결과와 차이가 있다”며 보도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폐업 지속에 대한 찬성률이 높다는 소문이 계속 나돌자 집행부는 오후 10시부터 30분 단위로 중간 집계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폐업 지속 의견은 43.2%에서 45.8%, 한때는 47.0%까지 높아졌다.

이날 의협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대통령이 약속했다 하더라도 약사들이 반대하면 약사법 개정은 불가능하다. 복지부차관과 의협 집행부가 만나 당정회의와 영수회담 합의 내용을 문서로 확인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또 의협 집행부가 폐업 철회가 확정되면 발표하기로 했던 대국민 사과 성명서를 누군가가 빼내 인터넷을 통해 흘려 보냄으로써 한때 회원들을 자극시키기도 했다. 의협은 “폐업 철회 55%, 폐업 지속 45% 정도로 나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며 현재 그런 추세로 가고 있다”고 했지만상황이 강경하게 돌아가자 관계자들이 지역 의사회에 전화를 걸어 “더이상의 폐업은 무리”라며 설득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이날 밤 11시50분경 최종투표 결과 51.9%대 47.5%로 폐업철회 결론이 나자 그제서야 정부와 집행부는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의료계 집행부가 폐업은 철회하지만 회원들의 불만은 이날 개표 결과처럼 전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한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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