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새생명 나눔회'2백여명 "즐거운 체육대회"

  • 입력 2000년 6월 6일 19시 14분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진한 ‘형제애’의 나눔 자리가 6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 아현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펼쳐졌다.

장기 기증자와 그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들의 모임인 ‘새생명 나눔회’ 회원 200여명은 이날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주최 체육대회에서 만나자마자 새 생명을 얻었던 처음의 감격을 서로 다시 확인했다.

하나 둘씩 반가운 얼굴들이 행사장에 나타나자 여기저기서 건강과 안부를 묻는 밝은 목소리가 넘쳐났다. 너무나 소중한 신체 일부를 떼어줬고 또 그 신체를 받아 소중한 새생명을 얻었기에 이들은 결코 남일 수 없었다.

“진짜 친형제가 됐죠. 내 몸에 형권이의 신장이 들어있는걸요.”

만성신부전증에 시달렸던 조남철씨(44)는 95년 자신에게 흔쾌히 장기를 내준 송형권씨(35)를 보며 활짝 웃었다. 조씨는 송씨의 손을 잡고 “동생이 베풀어준 사랑 때문에 나도 늘 남을 먼저 생각하며 살게 됐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에 송씨도 “형님과 오전에 피구를 같이 했는데 우리 팀이 이겼다”며 “우리 정말 친형제 같죠”라고 즐거워했다.

94년부터 신부전증을 앓다가 지난해 새생명을 얻은 작곡가 방기남씨(51)도 부산에서 올라온 기증자 김영옥씨(54)를 모처럼 만났다.

“어휴, 형님이 갑자기 오신다는 말씀을 듣고 부랴부랴 뛰어왔어요.”

‘내 인생은 나의 것’ ‘서울 탱고’ 등 적지 않은 히트곡을 작곡해 중견작곡가 대우를 받는 방씨지만 김씨를 만나자마자 어린아이로 변했다. 김씨와 방씨는 “핏줄보다도 더 뜨거운 형제애를 영원히 잃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00여명의 회원들은 줄다리기 피구 등을 함께하며 우정과 사랑을 나눈 이날 행사에서 또 다른 의미있는 사랑을 기약했다. 장기를 이식받아 새생명을 얻은 회원 10여명이 죽은 뒤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사후 장기기증 서약’을 해 이들의 사랑은 미래의 그 누군가에게 다시 전해지게 됐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