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 수돗물서 병원성 바이러스 발견"

  • 입력 2000년 5월 17일 19시 34분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서울과 부산의 수돗물에서 급성장염과 무균성 뇌수막염, 결막염 등을 일으키는 아데노 바이러스와 엔테로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 자연대 생명과학부 김상종(金相鍾)교수는 17일 “99년 내내 서울 관악구와 잠실동 논현동 일대에서 매월 한차례씩 수돗물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에서 이들 바이러스가 발견됐으며 상수도원인 팔당과 잠실 수중보에서도 검출됐다”고 밝혔다. 김교수는 지난해에도 97년 10월부터 98년 7월 사이 서울 10곳과 부산 4곳의 수돗물을 조사해 샘플의 50∼60%에서 이들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주장했으나 당시 환경부와 서울시 등은 검출방법 등이 학술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며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번 분석에 사용된 김교수의 ‘유전자 염기서열분석법’이 이 분야의 국제권위지인 ‘캐나디안 저널 오브 마이크로바이올로지(Canadian Journal of Microbiology)’ 5월호에 실림으로써 유효성이 확인됐고 이에 앞서 1월 한국미생물학회도 이 방법의 유효성을 공식 인정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주목된다.

이 방법은 세계 최초로 이들 바이러스를 동시에 검출할 수 있어 환자 대변을 통한 하천과 수돗물의 바이러스 오염 여부를 손쉽게 판단할 수 있다고 김교수는 덧붙였다.

이들 바이러스는 인후염과 같은 호흡기질환 및 결막염(아폴로 눈병)을 유발하고 어린이나 노약자에게 감염될 경우 급성장염이나 무균성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병원성 바이러스.

김교수는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은 ‘먹는 물’에서 병원성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대장균군과 일반세균을 제외하고는 수질기준의 규제항목에 들어 있지도 않다”며 “최근 어린이 사이에 유행하는 무균성 뇌수막염이 수돗물을 통해 전염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환경부 관계자는 김교수의 주장 내용과 그의 분석방법의 효과 등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통보받지 못했다”고만 말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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