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하는 경찰]불친절사례 모아 '정신교육'연극

  • 입력 2000년 5월 16일 1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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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실감나네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경찰청 2층 대강당에서는 최근 발족한 서울경찰 연극홍보단 ‘호루라기’의 첫 공연이 열렸다. 이날 공연은 서울경찰청이 불친절 추방과 민원인들에 대한 봉사 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직원 교육용으로 준비한 것.

민원실 직원 등 경찰관 800여명이 관람한 이날 공연에서는 경찰관의 불친절과 무성의를 보여주는 사례 4가지가 단막극 형식으로 무대에 올랐다.

교통사고 조사 과정에서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상대편 피해자로부터 “저쪽에서 돈 먹은 것 아니냐”고 추궁 받는 장면, 길 잃은 강아지를 경찰서로 데려와 신고하는 학생에게 “(보신탕) 한 그릇도 안 되는 것 갖고 어쩌라는 거야”라고 내뱉으며 강아지를 유실물함에 던져넣는 장면 등이 실감나게 묘사됐다. 특히 네팔인 찬드라 쿠마리 구릉 사건에 대해서는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그를 6년간이나 정신병원에 수용하지 않았을 수 있었다’는 반성이 배어 나왔다. 경찰관들은 연극 도중 폭소를 터뜨리면서도 자신들의 치부가 부끄러운 듯 간간이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서울청은 앞으로 서울청 소속 직원은 물론 일선 31개 경찰서와 517개 파출소 전직원에게도 이 연극을 모두 보여줄 예정이다.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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