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도 종중땅 매각대금 달라" 출가여성들 무효訴

  • 입력 2000년 5월 4일 19시 06분


“출가한 딸을 제외하는 것은 조선 천지에 안변공파 남자밖에 없다.” “구시대적 발상으로 출가외인 괄시하는 처사에 분노한다.”

4일 오전10시 경기 수원시 북문 장안공원 근처 성주이씨 안변공파 종친회 사무실 앞에서 50여명의 여성들이 보기 드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성주이씨 안변공파의 여성들. 경기 용인시 수지지구의 종중 땅 5만여평이 아파트 부지로 매각되고 종친회에서 그 대금 1000억여원을 정관에 따라 ‘20세 이상의 남자’에 한해 나누자 이에 반발하고 나선 것.

남자 종친회원 271명은 3월 매각대금 가운데 1차로 100억원이 종친회에 지급되자 각각 2500만∼1억8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종친회는 앞으로 나머지 대금이 들어오는 대로 이를 회원들에게 배분하고 일부는 선산으로 쓸 다른 땅을 매입한다는 방침.

그러나 여성들은 당초 85년 11월 제정된 종중 정관에는 성년 여자에게도 종친회원 자격을 부여했으나 그 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99년 1월 여자들 몰래 총회를 열고 종친회원 자격을 남자로만 국한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시위에 앞서 4월초 종친회 등을 상대로 수원지법 민사부에 정관원인무효와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청구소송 등을 제기해놓은 상태다.한 여성은 “출가외인은 물론 성주 이씨 남편을 뒀더라도 딸만 둔 미망인은 한푼도 못 받았다”며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 마당에 어떻게 이같은 남녀차별이 벌어질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안변공파 종친회 관계자는 “법원 판례에도 출가한 여자들은 종친회 회원의 자격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지난 몇백년 동안 내려온 관습”이라고만 말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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