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당국 남북정상회담 곤혹…北과 충돌땐 단호대처 입장

  • 입력 2000년 4월 11일 18시 38분


분단 이후 처음 열릴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군 당국이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6월 정상회담 일정이 서해 꽃게잡이 철과 겹쳐 북한 어선이 북방한계선(NLL) 남쪽해상에서 조업하고 이를 보호하기 위해 북한 해군함정까지 NLL을 침범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에 빠졌다.

서해어장의 ‘황금’으로 불리는 꽃게는 4월말에서 6월이 제철. 부대 운영비를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북한군으로서는 외화벌이의 주요 수단인 서해 꽃게를 그냥 놔둘 리 없고 올해도 NLL부근에서 꽃게잡이를 하다 남쪽해상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높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은 겉으로는 정상회담과 무관하게 NLL침범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NLL은 휴전 이후 존재해 온 명백한 해상 군사분계선이고 그 남쪽해상은 우리 관할수역이므로 남북한이 NLL 주변을 공동 어로구역으로 정하는 등 합의하지 않는 한 기존 원칙을 지키겠다는 단호한 자세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한간에 긴장완화의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북한의 꽃게잡이 어선이 NLL을 수시로 드나들며 ‘게릴라식 조업’을 벌이는 상황은 군 입장을 어렵게 할 수 있다.

한두 차례 실수로 넘어올 때는 경고방송을 해서 돌려보내면 되지만 의도적으로 계속 침범하면 밀어붙이거나 나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남북 해군간에 충돌이 예상되고 북한이 ‘화해 무드를 깨는 행위’라고 우리측을 비난하면서 회담을 무산시킬 수도 있기 때문.

합참 관계자는 “북한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무리수를 두는 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군은 북한의 정상회담 수락이 위장 평화공세일 가능성에 대비해서도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송상근기자>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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