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신상 누설로 피해, 국가에 1억6500만원 소송

  • 입력 2000년 4월 10일 18시 59분


마을 사람의 불법행위를 신고한 배신자로 몰려 ‘왕따’를 당하다 사고로 숨진 40대 남자의 유족이 10일 “경찰이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바람에 애꿎은 사람이 희생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1억65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99년 6월 전남 여수해양경찰서는 “규정을 벗어나는 그물로 물고기를 잡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고흥군 포두면 앞바다 까막섬 어장에서 불법어로 현장을 단속했다. 어민 1명이 달아나다 물에 빠져 숨지자 주민들은 흥분해 경찰에 거세게 저항했고 이 과정에서 ‘신고자는 항만 배수관문 관리인 정모씨(44)’라고 알려졌다.

정씨의 부인은 소장에서 “경찰이 ‘정씨가 신고자’라는 서류를 보여줬고 이 때문에 아무 영문도 모르는 남편은 마을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며 “남편은 그후 자신의 이름을 도용한 신고자를 찾기 위해 직장까지 그만둬야 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지난해 12월 이웃의 모욕과 따돌림이 계속되고 부인이 경영하는 횟집조차 망할 지경에 이르자 우울한 마음을 달래려고 고깃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배가 뒤집혀 익사했다는 것이 유족측의 주장.

정씨 유족은 “뒤늦게 제3자가 신고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정씨의 죽음은 정확하지 않은 신고자의 신원을 공개한 경찰의 불법행위가 근본 원인인 만큼 손해를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수해양경찰서 감사실 관계자는 “당시 단속 경찰 5명이 주민 수십명에게 둘러싸여 항의를 받는 과정에서 신고 전문(電文)을 빼앗긴 것으로 조사됐다”며 “경찰이 신고자 이름을 공개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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